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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디치 Aug 20. 2020

강한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

예루살렘 카이로 특파원의 500일 특별보고서

 이스라엘은 지리적으로 멀어도 크게 낯선 나라는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30% 정도가 기독교인이고 기독교 발상지는 이스라엘이다. 성경에 나오는 여러 국가와 민족들이 이스라엘 역사와 관계되어 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스라엘이 겪은 6일 전쟁, 우리나라 국정원에 해당되는 모사드 요원의 영웅담, 이슬람 국가들과 긴장관계 등은 친숙하다. 우리에게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⅕ 정도 되는 작은 국가임에도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고 강한 군사력으로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어려움을 이겨내는 국가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중동 전문기자로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 여러 나라에 주재하며 취재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스라엘 군대가 왜 강한지를 이야기한다. 우리와 민족 구성, 자연환경 등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스라엘 군의 정책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보고 참고할 만한 부분은 충분히 많다. 저자의 이야기 중 인상 깊은 부분을 따라 가보자. 

<강한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 표지

    


 우리나라 환경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군대 문화가 이스라엘 군에 존재한다. 

첫째, 자폐증을 가진 병사들이다. 우리 군에 자폐증 환자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물론 보통의 자폐증 환자는 아니다. 천재적인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환자라도 우리 군문화에서는 용인되기 힘들다. 이스라엘 군은 이 천재적인 능력자들을 군 정보 분석에 투입한다. 이를 통해 환자 본인에게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자존감을 제공하고 자폐증 환자를 사회에서 격리시켜 감시하는 비용을 다른 곳에 활용할 기회를 가진다. 나아가 자폐증 환자 가족들에게 죄책감을 덜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 처음부터 이스라엘이 자폐 환자에게 기회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이들을 운용하는 시험기간을 거쳐 확대했다.      

둘째,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사회에 융합하지 못하는 베두인 병력을 운용한다. 이스라엘 동쪽과 남쪽은 사막지대로서 지형이 뚜렷하다. 이 지역에 대한 이해와 감시가 없으면 외세의 침투를 막기 힘들다. 베두인은 사막에서 사는 민족이다. 주로 도보로 사막을 몇일에서 몇 주 정도를 돌아다니며 정찰한다. 베두인 정찰부대는 하마스가 땅굴 등을 이용해 분리 장벽이나 철조망을 뚫고 침투하는 걸 탐색한다. 베두인이 군 복무 함으로써 이스라엘 정부는 다인종, 다민족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군 복무의 당연함과 국민통합을 이끌어냈다. 잘하는 걸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사회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명제를 자연스럽게 실행했다. 당연히 이스라엘 정부는 베두인들에게 군 자원입대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 교육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했다.      

셋째, 여성 군인들이 최전방에서 전투원으로 근무하도록 한다. 여성 군인들은 남성과 다르게 여러 가지 신체적 어려움이 있지만 기꺼이 감수할 용의가 있는 여성군인 자원을 활용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실제 전투에서 전투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남성이든 여성이든 전투에서 필요한 건 용기라는 걸 몇 가지 사례가 보여주었다.  2011년 8월 18일, 한 이스라엘 버스가 이집트 국경 인근을 달리던 중 무장 괴한들이 총격을 가해 승객 여럿이 부상을 입었고 당시 열아홉 살 여성 의무병이 자신 또한 온몸에 유리 파편이 박혀 있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부상당한 승객들을 지혈해 목숨을 구한 사례가 있다. 또, 여성 군인이 자폭 공격을 하는 무장 괴한들을 머리를 소총으로 정확히 사격해 피해를 막은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 군인, 남성이든 여성이든 전투에서 필요한 건 용기라고 여긴다

넷째, 이스라엘 군은 사이버 정보부대를 대학 입학제도와 관련해 운영한다. 코딩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을 뽑는 엘리트 부대를 운영한다. 이 부대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며 이 엘리트 부대, 탈피오트 부대 입대자는 입대 후 곧바로 군인 신분으로 히브리대학 자연과학부에 입학하여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교육을 이수한다. 압축 교육을 받고 3년 만에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하여 최소 5년 동안 복무한다. 이러한 엘리트 부대 출신자들은 복무가 끝나고 같은 출신 부대원들이 설립한 회사에 입사하거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들 부대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인맥을 형성하고 유수한 방산기업을 만들었다. 이 방산기업에서 나온 기술이 적국의 핵폭탄 시설을 폭격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다섯째, 이스라엘은 외국 교민 자녀를 스카우트하는 정책을 운영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5년 이상 이스라엘에 거주한 외국인은 영주권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비자 연장을 허락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걸 이용해 장기 체류하고자 하는 외국 교민에게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 군입대를 유도해 영주권을 부여하는 경우가 있다. 외국 교민의 자녀를 방첩부대에 운용하여 대사관에서 나오는 정보를 해독하는 데 이용한다. 국외자들이 보기에 이스라엘 정부의 이런 행태가 썩 반갑지는 않지만 제한된 자원과 상황에서 주어진 여건을 잘 활용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여섯째, 이스라엘에는 초정통파 유대인으로 구성된 하레디 부대가 존재한다. 영화에서 가끔 보는, 검고 챙이 넓은 모자에 검은 양복을 입고 구레나룻을 턱밑까지 길게 길러 배배 꼰 이들이 그들이다. 하레디는 경전 토라의 율법을 최대한 지키며 살아간다. 이들은 원칙주의자이고 매우 종교적인 사람들이다. 금요일 해 질 녘부터 토요일 해 질 녘까지 토라 읽기, 기도, 찬양 등 신앙생활에 열중한다. 하레디는 직업적으로 토라를 온전히 연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으며 대부분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영위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이스라엘 건국 초기 400명의 소수 하레디 집단에 병역면제권을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하레디 집단 여성 1명당 출산율이 현재 7.5명에 이르러 하레디 집단 전체 인구가 백만 명을 돌파했다. 즉, 하레디 집단 병역면제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사회문제가 되었다. 하레디 집단은 경제적 소득이 크지 않아 세금은 내지 않지만 정치적 단일 집단 성격을 가지고 있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여러 진통 끝에 2014년 하레디를 징집하게 되었지만 전면 실시는 아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는 하레디 부대를 창설해 하레디를 입대시켜 공부하도록 했다. 즉, 이스라엘 정부는 토라 공부 집단 부대를 창설해 병역기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외부의 적보다 하레디 문제와 같은 내부 분열을 더 두려워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극단적 정통파 유대교도, 하레디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를 공식, 비공식 인정하지 않는다. 1986년 10월 5일 자 선데이 타임스에 이스라엘이 핵무기 시설을 건설하고 핵탄두를 100개 이상 보유하고 있음이 보도되었다. 이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입을 열지 않는데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핵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태에 머무름으로써 적국의 공격 의지를 억제하는 동시에 비핵보유국의 혜택도 챙기려 하는 걸로 분석한다. 이스라엘은 핵폭탄 보유 의지는 건국 초기부터였다. 건국 초부터 이웃 아랍 국가들과 전쟁을 치르고 국가 존립 위기를 겪어서였다. 프랑스가 수에즈 운하 소유를 되찾기 위해 이스라엘에게 이집트를 공격하도록 요구하였고 이스라엘이 받아들였다. 이스라엘은 보상으로 프랑스로부터 핵무기 제조 기술을 전수받았다. 이후 이스라엘은 핵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20대 비료공장 사장, 할리우드 유명 영화사 뉴 레전시스 필름스 회장 아르논 밀찬 등을 이용했다. 

이스라엘 대외첩보부 ‘모사드’의 요원이었던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아르논 밀찬" (2개 사진 모두 가운데 인물)

미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도 이스라엘 핵보유를 인정하도록 하는데 한몫했다. 아마 이러한 사실로부터 이스라엘은 미국과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인식과 미 의회와 행정부에 강력한 로비력을 가지고 있음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게 아닐까 싶다.      

이스라엘 핵시설 폭로 이면에는 여타 다른 국가 규모의 문제들과 같이 이스라엘 사회 내부 갈등이 존재한다. 핵시설 폭로자 모르데카이 베누누는 북아프리카 아랍 국가인 모로코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들은 모로코 전역에 반유대주의가 퍼져 정상 생활이 힘들어지자 1963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이스라엘 국민은 다양한 나라에서 이주한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하게 이주민들 간 차별이 존재했다. 동유럽 출신 유대인은 유럽에서 고등교육을 받거나 전문 직종에서 일해 이스라엘로 이민후 정착이 순조로웠다. 반면 북아프리카와 중동 출신 유대인은 상대적으로 가난했고 기술이 없어 3D 직종에 종사해야 했다. 불만이 쌓이지 않을 수 없었다. 베누누는 친아랍 성향을 드러냈고 무슬림 친구가 많았다. 연구소 보안실에 불려 가 조사받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1985년 연구소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자연스럽게 베누누도 그 대열에 포함되었다. 베누누가 여기에 실망하고 배신하게 된 과정은 예정된 건지 모른다. 베누누는 핵시설 사진을 촬영해 호주에서 선데이 타임스 기자와 접촉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베누누 사건을 인지하고 미녀 요원을 런던에 급파한다. 당시 이스라엘과 영국은 관계가 순탄치 않아 곧바로 베누누를 납치하지 못했다. 모사드는 미녀 요원에게 베누누를 로마로 유인하도록 하고 그를 납치하였다. 베누누는 이스라엘에서 18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핵시설을 만들고 보호하고 숨기기 위해 국제관계와 국제법을 무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웃 국가의 핵시설을 용인하지 않았다. 이라크가 핵개발을 하려고 하자 모사드 요원을 파리에 파견하여 암살하였다. 거기에 더해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그 상황을 이용하여 전쟁 발발 8일 뒤 전투기를 출격시켜 오라시크 핵시설을 공습하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한에도 모사드 요원을 파견해 작전을 벌인 정황도 보인다. 2004년 북한 룡천역에서 대규모 폭발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내부 쿠데타가 아니냐는 추측이 우리나라 전역에 무성했다. 얼마 후 북한 쿠데타를 부인하는 발표가 있었지만 우리나라 누구도 믿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폭발사건은 잊혔다. 저자는 시리아가 북으로부터 핵기술을 수입하기 위해 과학자들을 파견했는데 모사드가 이 과학자들을 열차 폭발로 암살했다고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무서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북한이 중동지역에 핵기술을 수출하지 않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금광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조건으로 북한을 통제하려고 했다.      

이스라엘은 자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이언돔은 우리에게 익숙한 MD 시스템은 아니지만 도시 방어에 최적화되어 있는 선진 군사 방어 시스템이다. 저자는 어렵게 이 시설에 방문해서 취재했다. 이 시스템의 구축에는 다니엘 골든 준장의 뚝심이 있다. 다니엘 장군이 아이언돔을 개발하려고 하자 이스라엘 내부에서 반대가 심했단다. 자체 개발보다는 미국에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수입해서 사용하는 게 저렴하다는 게 그 근거였다. 새 방어 시스템을 만드는 건 실패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의미 없는 주장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절친한 친구 미국도 아이언돔 개발을 싫어했다. 자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입해 사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다니엘 장군과 동료들은 자주국방 의지를 가지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했다. 결과가 좋으니 그 과정이 미화되기도 했을 것이다. 아마 실패했다면 통렬한 비판과 비난을 받았을 거다. 우리나라도 이런 뚝심 있는 사람이 아마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런 경우가 극히 적었으며, 이러한 경우를 뒷받침할 국내, 국제 정치 상황이 좋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단정한다면 뭔가 아쉽다. 이스라엘 정부 조직이나 군 조직도 경직되어 있어 유연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아이언돔과 같이 성공한 사례가 많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이스라엘은 자동차보다 전차를 먼저 만들었다. 또, 자체 전투기를 개발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레이더 기술은 우리나라에 수출했다. 주변 국가의 동향을 미국으로부터 얻는 정보 예속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첩보 인공위성 오페크를 개발하여 성공하였다. 나아가 무인 전투기를 개발하여 전 세계에 수출하고 이 무인 전투기 부대에 여군을 집중 배치하여 활용하고 있다.      


 저자는 말미에 이스라엘 국민의 독특한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이스라엘이 가진 척박한 자연환경과 주변 정세를 보면 사방에 미중러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 국민은 다른 나라와 달리 유대교 신자라는 종교 정체성과 이스라엘 국적자라는 세속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한국 국적자라는 정체성과 종교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유일한 유대인의 나라이지만, 주변 이슬람 국가는 여럿이다. 이스라엘 국민은 종교를 이유로 동질감을 공유할 대상이 자국 국민밖에 없어 응집력이 강하지만 이슬람권 국가들은 다양한 종파를 가지고 있어 동질감을 공유하지 않는다. 여기에 이스라엘 국민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세계 유대인 인구 1200만 명 중 600만 명이 홀로코스트로 목숨을 잃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강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이스라엘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고 일어난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스라엘의 경험은 참고할 만하다.      

우리 스스로 서서 나아가지 않고 남을 의지하기만 한다면 독립하지 못하고 종속될 것이다. 화려한 결과보다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이스라엘인들의 노력과 땀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본사와 제휴한 외부 필자에 의해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 서평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본사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필자 : Nebul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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