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어워드는 단순히 음악상을 넘어 한 해 동안 전 세계 대중과 음악인이 함께 나눈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그래미를 둘러싼 기대와 설렘만큼이나 실망과 논란도 따릅니다.
올해 제67회 그래미 어워드를 앞두고는 다시 한번 팝 장르의 과잉 지배와 비주류 음악의 소외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팝이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장르인 건 맞지만 그래미가 음악 전반을 아우르는 시상식인지 아니면 팝 음악 축제에 지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팝의 과잉 지배와 다양성의 실종
그래미 후보 예측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장 많이 언급된 건 다름 아닌 팝 음악의 과잉 지배입니다.
Beyoncé, Taylor Swift, Billie Eilish 같은 익숙한 이름들이 주요 부문을 장악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이들의 음악이 상업적이든 예술적이든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미는 마치 팝 음악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팬들은 물론이고 음악 평론가들조차 그래미가 장르의 다양성을 잃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래미가 단순히 대중성과 판매량에 의존해 후보를 선정한다면 우리가 그래미를 음악 산업의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계속 바라볼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그래미는 단순한 인기 경연 대회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의 가치를 논하는 자리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올해도 Vampire Weekend, St. Vincent, Chappell Roan 같은 덜 주류적인 아티스트들은 주요 후보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양한 장르와 색깔을 가진 음악들이 왜 이토록 소외되는 걸까요?
투표 분산: 예상치 못한 승자의 탄생?
팝 음악이 주요 부문을 지배하면서 생기는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투표 분산입니다.
Beyoncé, Taylor Swift, Billie Eilish 같은 대형 아티스트들이 한 부문에서 격돌할 경우 팬들의 표가 분산되어 의외의 승자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의 앨범(AOTY) 부문에서는 Chappell Roan이나 Sabrina Carpenter 같은 신선한 아티스트들이 수상의 영광을 거머쥘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가능성이 꽤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대형 아티스트들의 그늘에 가려졌던 작품이 빛을 본다면 이는 그래미에 대한 새로운 신뢰를 심어줄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결과가 단순히 '우연한 투표 분산'의 결과로 나타난다면 그 가치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아티스트가 진정한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아 수상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대형 스타들 간의 표 분산에서 이익을 본 건지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주요 부문별 후보와 예상
올해의 앨범(AOTY)
올해의 앨범 부문은 언제나 그래미의 꽃이라고 불립니다.
Beyoncé, Taylor Swift, Billie Eilish, Post Malone이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Chappell Roan과 Sabrina Carpenter 같은 신예들도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특히 Taylor Swift는 투표 분산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Beyoncé와 Taylor Swift가 경쟁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전혀 다르지만, 둘 다 각자 세대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레코드(ROTY)
올해의 레코드 부문에서는 Beyoncé의 'Texas Hold ’Em', Billie Eilish의 'Birds of a Feather', 그리고 Lady Gaga와 Bruno Mars의 듀엣곡 'Die With a Smile'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부문은 곡의 사운드와 프로덕션에 초점이 맞춰지는 만큼 각 후보가 얼마나 혁신적인 음악적 접근을 보여줬는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올해의 노래(SOTY)
올해의 노래는 작사와 작곡의 예술성을 평가하는 부문입니다.
Billie Eilish와 Finneas O’Connell의 곡 'Birds of a Feather'와 Kendrick Lamar의 'Not Like Us'가 주요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부문은 특히 제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인데 단순히 상업적 성공을 넘어선 가사의 깊이와 멜로디의 독창성을 논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최우수 신인상(BNA)
Chappell Roan, Sabrina Carpenter, Benson Boone, Megan Moroney, Sexxy Red 같은 이름들이 최우수 신인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그래미가 '신인'의 정의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일부 후보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활동해왔고, 상업적 성공을 어느 정도 이뤘기 때문입니다.
이 부문에서 진정한 '신선함'을 느끼고 싶습니다.
그래미의 공정성: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래미를 이야기하면서 공정성 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팬들은 종종 '그래미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상'이라며 냉소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대형 레이블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심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올해도 이런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그래미가 단순히 인기와 판매량에 치우치지 않고 음악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인정하는 시상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미는 음악 산업 전체를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다양한 장르와 아티스트에게 기회를 열어줘야만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미, 과연 어디로 가야 할까?
제76회 그래미 어워드는 팝 음악의 지배와 비주류 음악의 소외라는 문제를 다시금 우리 앞에 던지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그래미가 단순히 대형 팝 스타들의 축제에 그칠지 아니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는 시상식으로 거듭날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미는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번 시상식 결과는 단순히 올해의 수상자를 넘어 그래미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음악은 우리 삶의 소중한 일부이며 이를 평가하는 시상식도 그만큼 공정하고 포괄적이어야 합니다.
제67회 그래미가 그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