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늘 제게 글을 읽기만 하는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쓴 이야기를 읽고 그들의 세계에 잠시 머무는 시간이 참 좋았지요.
그러던 중에 문득 그 공간에 제 이야기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10월 4일
저는 브런치에 가입하고 몇 개의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죠.
월요일 오후에 승인을 받았다는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기쁨과 놀라움이 뒤섞인 순간이었지만 어느새 마음속에 작은 질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정말 이곳에서 글을 써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요.
사실,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브런치만 있는 게 아니지요.
온라인 세상에는 나만의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라는 자리를 꿈꾸거나 그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저 스스로 좋아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작가로 승인된 지금은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그리고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정말 공감할 수 있을지 여전히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면서 누군가의 반응을 기대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네이버 카페에 글을 쓸 때도 큰 반응이나 공감을 이끌어내는 편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글을 쓰며 나와 독자 간의 거리가 느껴졌고 그로 인해 글쓰기가 어쩌면 단절된 독백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작가 신청을 할 때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그 노래들이 제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참 소중하게 다가왔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정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조차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라이킷과 구독자 수가 적을 때 느껴지는 압박감 때문에 글을 올리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자괴감보다는 내가 원하는 글의 방향을 알지 못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더 크게 다가오네요.
어쩌면 저는 지금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런치에서의 여정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서두르지 않으려 합니다.
차근차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고 그 이야기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시간을 가져보려 해요.
언젠가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그 순간이 아마도 제가 찾던 대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요.
오늘은 이 질문들을 품에 안고 잠시 여유를 가져보려 합니다.
답이 당장 나오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그렇게 천천히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도 어쩌면 내가 브런치에서 배워가야 할 소중한 과정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