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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박은옥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by 참지않긔



비 오는 밤, 버스 정류장에 홀로 서서 막차를 기다리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빗방울은 그의 어깨를 적시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그는 떠나간 사람을 떠올립니다.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라는 가사의 한 줄처럼 사랑도, 기회도, 삶의 중요한 순간도 막차처럼 지나치게 빨리 사라져버릴 때가 있죠.
정태춘, 박은옥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노래는 단순한 가요가 아닙니다.
막차의 상실감과 첫차의 희망을 교차하며 우리 삶의 깊은 굴곡을 표현합니다.
막차는 떠나간 기회와 지나간 사랑을 상징하지만 첫차는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과 봄날의 따뜻함을 의미합니다.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는 2002년 정태춘과 박은옥의 10번째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 앨범은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IMF 이후 한국 사회의 집단적 상실감과 혼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사랑을 잃고 희망을 잃던 시기에 이 노래는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시사적 서정성을 담아냈습니다.


그 가사에는 "막차"와 "첫차"라는 단어를 통해 지나간 기회와 새롭게 찾아올 가능성을 대비시키는 은유가 담겨 있습니다.
IMF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노래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뿐만 아니라 다시 시작할 용기를 불어넣는 위로였습니다.





가사 속 정류장은 단순히 버스가 멈추는 장소가 아니라 삶의 교차점이자 방향성이 결정되는 공간입니다.
막차가 지나고 긴 밤이 흐른 뒤 첫차를 타고 떠나는 아침은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라는 마지막 가사는 절망 끝에 반드시 찾아오는 희망의 도착지를 예고합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은 우리에게 다시 일어서라는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이 곡을 부르는 박은옥의 목소리는 마치 빗물처럼 마음속 깊이 스며듭니다.
그녀는 2009년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공연에서 이 곡을 불렀습니다.
이 공연의 제목 역시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였죠.
많은 이들이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고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한 노래를 넘어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관객들은 특히 이 노래를 통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떠나간 기회, 헤어진 사람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봄날을 떠올리며 마음속에서 공명하는 울림을 느꼈습니다.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는 지나간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다시 다가올 것을 기다리는 삶의 여정을 노래합니다.
막차가 지나고 새벽이 깊어져 어둠이 걷힐 때 첫차가 우리를 데리러 올 것입니다.
그 첫차는 초록빛 봄날 언덕길로 향하며,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햇살 가득한 첫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
이 노래는 묻고 있습니다.
당신의 막차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지금 기다리고 있는 첫차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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