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중간사 1부
그는 홀로 걸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예루살렘의 돌길을 따라, 먼지가 풀썩이는 좁은 골목을 지나며 그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희미한 등불 아래 성전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문이 반쯤 열린 채로 덜렁거렸다.
성전 문이 반쯤 열려 있다는 것은 그 문을 드나드는 자들조차 성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말라기는 멈춰 섰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그는 기억했다.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그들이 눈물로 돌 하나하나를 쌓으며 성전을 다시 세웠던 날을.
제사장들은 그 돌 위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어머니들은 흙 묻은 손으로 아이들을 안으며 하나님께 감사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성전 뜰에 울려 퍼지던 노래.
그때는 정말, 다시 시작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10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은 변해버렸다.
성전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지만 그 안에 하나님을 향한 사랑은 희미했다.
제사장들은 나태했다.
그들은 흠 없는 제물을 드리라고 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병든 양을 바쳤다.
남들이 모르는 곳에서 돈을 주고 은밀히 거래했다.
성전의 제단에 오르는 양들의 울음소리는 점점 쇠약해져갔다.
말라기는 눈을 감았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
말해야 했다.
전해야 했다.
그들이 듣지 않는다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그는 말해야 했다.
하나님이 그를 보냈으므로.
말라기.
그의 이름이 그에게 주어진 이유는 아마 그것일 것이다.
‘나의 사자(使者)’라는 뜻을 지닌 이 이름.
그의 출신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어느 집안 출신인지, 어디서 자랐는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것인지조차도.
오직 그의 입을 통해 전해진 이야기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말라기가 언제 등장했는지는 분명했다.
그는 느헤미야가 예루살렘을 떠난 후 에 나타났다.
느헤미야는 페르시아 왕 아닥사스다의 총애를 받던 신하였다.
하지만 그는 예루살렘의 폐허를 보고 가슴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는 직접 왕에게 간청하여 예루살렘 성벽을 다시 세웠다.
성벽이 세워지고 성전이 자리 잡았다.
그와 함께 에스라는 율법을 다시 가르쳤다.
사람들은 땅에 엎드려 울면서 회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느헤미야가 다시 페르시아로 돌아간 후 모든 것이 다시 흐트러졌다.
사람들은 안식일을 지키지 않았다.
제사장들은 뇌물을 받았다.
하나님의 성전은 점점 잊혀갔다.
그리고 그때, 하나님은 말라기를 보내셨다.
그는 홀로 걸으며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하나님은 그에게 속삭이셨다.
"내 이름을 멸시하는 자들에게 전하라."
"그들이 어떻게 나를 사랑했느냐 묻거든, 내가 어떻게 그들을 사랑했는지 말해주어라."
"너는 외치라. 그리고 그들에게 돌아오라고 말하라."
말라기는 하나님께 물었다.
"그들이 듣지 않으면요?"
하나님은 조용히 대답하셨다.
"너는 말해야 한다."
말라기는 그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그가 성전 뜰에서 외쳤을 때,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사랑하셨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조롱하듯 물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셨다고? 도대체 언제?”
말라기는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미 하나님을 떠나 있었다.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고 있었다.
포로에서 돌아와 다시 살기 시작한 지 오래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은 것은 가난뿐이었다.
농사는 잘되지 않았고 나라는 여전히 강대국의 속국이었다.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왜 우리의 삶은 이렇게 고단한가?’ 그들은 생각했다.
말라기는 조용히 그들에게 말했다.
“에서와 야곱이 형제 아니냐?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야곱을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셨다.”
그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침묵했다.
에서는 야곱의 형. 하나님의 언약을 받지 못한 자.
그러나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했다.
하나님은 여전히 너희를 택하셨다는 것이다.
설령 너희가 하나님을 의심해도 하나님은 너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 제사장들아, 너희가 나를 멸시하고 있다.”
제사장들이 움찔했다.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는 자들. 백성들의 신앙을 이끄는 자들.
하지만 그들은 이미 타락해 있었다.
하나님께 드려야 할 것은 흠 없는 양이었으나 그들은 눈이 먼 것, 다리가 부러진 것, 병든 것들을 바쳤다.
그들에게 성전은 단지 직업이었고 하나님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다.
말라기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너희가 총독에게 이런 제물을 바친다면, 그가 너희를 기쁘게 받아주겠느냐?”
제사장들은 침묵했다.
말라기는 다시 말했다.
“너희 중에 성전 문을 닫을 자가 있었으면 좋겠도다.”
그의 눈에는 슬픔이 어렸다.
차라리 성전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 나을 정도로 제사장들은 타락했다.
하나님의 이름이 조롱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그를 듣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보라,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내가 선지자 엘리야를 너희에게 보내리라.”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엘리야는 이미 오래전에 죽지 않았는가?
그러나 말라기가 예언한 그 ‘엘리야’는 세례 요한을 통해 성취될 것이었다.
그는 광야에서 외칠 것이었고 메시아의 길을 예비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말라기는 사라졌다.
하나님의 음성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400년간, 선지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예언은 침묵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깨뜨린 것은 400년 후,
광야에서 외치는 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