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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entMeditator Oct 13. 2024

한강에서 바라 본 한강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은 허영만의 만화 '오! 한강'이었습니다. 

처음 이 만화를 만났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그때 저는 자주 들르던 동네 만화방에서 그 작품을 발견했어요. 

그 시절의 만화방은 주로 가볍고 웃음을 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한 켠에 놓인 '오! 한강'이란 만화책이 참 낯설면서도 신기했습니다. 

그런 주제의 책이 만화방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당시에는 작은 혁명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작품을 손에 쥐고 읽어나갈 때마다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어쩌면 그 책을 읽고 있던 그 순간들이 제 어린 시절 민주화 운동과 한국 사회에 대해 조금씩 깨달음을 얻어가는 계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제 어린 마음을 붙들고 흔들어 깨우는 듯한 경험이었지요. 

그때 나는 한국 사회가 겪어온 고난의 시간을 만화 속 주인공 이강토의 여정을 통해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교회 형들과 어울리며 들었던 민주화 운동 이야기들이 새삼 떠오릅니다. 

그들은 저보다 몇 년 앞서 세상과 부딪히며 80년대의 격렬한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었죠. 

그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은 때로는 무섭고 충격적이었지만 제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 당시 민주화 운동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희생해야만 했는지, 그저 막연하게만 알던 저에게 '오! 한강'은 실질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형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만화 속 이강토가 겪는 사건들이 겹쳐지면서 어린 저에게 민주화란 무엇이고 사회적 불평등이란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오! 한강' 속 주인공 이강토는 단순한 만화 속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고통받는, 하지만 굴하지 않는 존재였습니다. 

마치 실존하는 사람처럼, 그가 겪는 고난과 좌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저도 그와 함께 역사를 걸어가는 기분이었지요. 

그때 저는 만화가 단순한 오락의 수단이 아니라 깊은 메시지와 깨달음을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매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허영만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만화가 시대를 대변할 수 있고 우리 사회에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깨달았던 순간이었어요.




또한, '오! 한강'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흔적 때문이기도 합니다. 

광장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남과 북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며 한국 문학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작품이지요. 

허영만의 '오! 한강'도 광장의 영향을 받으며 한국 사회의 격동과 분단, 갈등을 상징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이강토가 겪는 여정은 광장의 주인공과 유사하게 분단과 이념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그렇지만 이강토는 남한에 남아 삶을 이어가며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광장의 주인공이 이념의 갈등 속에서 남북을 모두 떠나는 선택과는 다르지만,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고난과 시대의 무게를 표현하며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줍니다.




어린 시절, '오! 한강'을 통해 민주화와 불평등, 그리고 한국 사회가 겪어온 아픔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은 저에게 큰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들으며 그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한강 작가가 그려낸 작품들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우리 사회의 고통과 억압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내면을 드러냈습니다. 

허영만의 만화와는 다른 형식이지만 두 사람 모두 같은 시대의 아픔을 다루며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는 점에서 같은 길을 걸어온 예술가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예술가들의 발자취가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 문학과 예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허영만의 대중 만화와 최인훈의 광장, 그리고 한강의 소설까지 이들의 작품은 한국 문학과 예술이 걸어온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남아 있습니다. 

그들이 걸어온 길 위에서 우리 모두는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워온 셈이지요. 

오늘날 우리가 자축하는 것은 단순히 한 명의 작가의 수상이 아니라 그들의 예술과 문학이 함께 만들어온 우리 모두의 역사입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면서도 동시에 이 길 위에 남겨진 발자국들을 돌아보며 그 소중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성장한 우리의 문학과 예술이 이제는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허영만과 최인훈, 그리고 한강 같은 작가들이 남긴 예술적 유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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