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내다보면, 세상은 조금씩 변해간다.
아침 햇살이 베란다를 스치면, 빨래는 서서히 마르기 시작하고, 바람에 실린 옷자락들은 가볍게 흔들린다.
내 삶 또한 그렇게, 무심히 흩날리는 빨래처럼 지나왔다.
아내가 떠난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홀로 남겨졌다.
살아가는 일은 참 신기하다.
결혼 생활 동안 나는 자주 양말 한 짝을 찾지 못해 허둥대곤 했다.
그러면 아내는 그런 나를 보며 살며시 웃었다.
"당신은 정말이지 양말을 어디다 두었는지도 모른다니까."
그 웃음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던 그때가, 참 그립다.
아내가 떠나고 난 후, 양말 짝을 잃는 일은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 나는 혼자서 빨래를 하고, 그 속에서 내 삶의 조각들을 마주한다.
빨래통에 쌓인 양말들은 어느새 늘어나 있었다.
무심코 그 한 짝씩 사라져가는 양말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내 삶이 어딘가에서 조금씩 흩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빨래를 널 때면 불현듯 아내와 함께하던 일상이 스친다.
아내는 늘 뒤집힌 양말들을 먼저 바로 펴서 널었다.
그때는 그 모습이 그저 일상 같았지만, 이제 내가 그 양말 하나하나를 바로 펴서 널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진다. 그 작은 손짓 하나까지도 아련하다.
그녀가 떠난 10년이라는 시간, 나는 마치 양말 한 짝을 잃은 사람처럼 완성되지 않은 채 살아왔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에 마음이 잠시나마 위로받는다.
더 이상 그 소리가 슬픔의 울림이 아니라, 내가 혼자서도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소리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이제 나는 양말도 잘 찾고, 빨래도 혼자 척척 해낸다.
하지만 양말을 개는 순간, 여전히 그리움이 밀려든다.
두 짝의 양말을 서로 마주 잡으며, 우리는 이렇게 손을 맞잡고 살아왔었지, 하고 문득 아내와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기억을 하나씩 접으며, 양말을 개듯 내 마음도 정리해본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해가지만, 내 마음 속 그녀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마치 양말 한 짝을 찾지 못해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처럼, 그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