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몸은 점점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30인치, 40대의 내 몸을 상징했던 그 숫자는 더 이상 쉽게 유지되지 않습니다.
50대에 접어들고 나니, 몸도 마음도 모든 것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변해가고 있죠.
예전 같으면 몇 주 운동만으로도 금세 눈에 띄는 변화를 느꼈을 테지만, 이제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기대조차 허락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이번에도 안 된다면, 32 사이즈는 보내주고, 2025년은 34 사이즈로 시작하자고요.
처음엔 이 결심이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32인치는 내 인생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보다 커지면 마치 뭔가를 잃는 듯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는 기분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노력도 해봤죠. 식단을 조절하고, 아침이면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나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운동 조금 한다고 해서 허리 사이즈가 갑자기 줄어들 리는 없다는 걸요.
50대의 몸은 그렇게 쉽게 변화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내 안에는 그 작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내 건강을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허리 사이즈가 아니라, 그 숫자를 만들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아닐까요? 어쩌면 이 과정에서 얻는 작은 성취들이야말로 내게 더 큰 의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볼까요?
때로는 이런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분명 최선을 다했는데도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고, 허리 둘레는 생각보다 쉽게 줄지 않습니다.
오히려 바지 단추가 점점 더 팽팽하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요.
그럴 때면 좌절감이 밀려오지만, 그때마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중년의 삶이 아닐까요?
실패를 경험하고도 다시 일어서는 것, 이미 지나간 시간에 미련을 두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배워야 할 중년의 지혜인 것 같습니다.
이번엔 과연 2024년이 나에게 어떤 결말을 가져다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결말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나는 후회 없이,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남은 시간을 채우고 싶으니까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남은 2024년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최선의 길이 아닐까요?
그리고 나서 2025년을 맞이할 준비가 됩니다.
34 사이즈로 시작하는 새로운 해는 좀 더 여유롭고, 덜 급박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허리 사이즈가 아니라, 우리가 그 숫자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