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설탕처럼..." 이 표현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달콤하게만 보이는 설탕이, 그 양이 지나치면 도리어 쓰게 느껴진다는 그 감각적인 비유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잘 짚어낸 듯합니다.
우리는 흔히 외로움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 외로움 자체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적당한 외로움은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기도 하죠.
그러나 그 외로움이 넘쳐버리면, 그 때부터는 고통으로 바뀌게 됩니다. 혼자 사는 비혼 친구들이 겪는다는 그 고립감과의 싸움은 바로 이 ‘넘치는 외로움’과의 싸움일지도 모릅니다.
글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혼자 산다는 것은 자신만의 취향과 리듬에 맞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고립되어 있으면 자칫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현실과의 연결을 놓치기 쉬워집니다.
자기만의 틀 안에서 스스로를 굳혀버리면, 그 틀을 깨고 나오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혼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 틀 안에서 조금씩 이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걸 아는 사람들과만 어울린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왜 우리는 그 이상해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그대로 두려는 걸까요?
아마도 혼자 사는 것이 주는 자유의 매력 때문이겠지요. 타협 없이, 누군가와의 부딪힘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해방감을 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해방감은 고립이라는 함정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살다 보면, 어느새 나는 다른 이들과의 연결 고리를 잃어버리고 말죠.
그러고 나면 사회 속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점점 더 고립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지만,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과의 만남이 서툴러지고, 다시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해지는 그 역설적인 상태 말이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타협과 조정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때로는 고독으로부터의 도피처가 되기도 합니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고독 속에서 더 깊은 고독을 느끼게 되고, 때로는 그것이 마치 설탕이 넘쳐 쓴 맛이 되는 것처럼,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혼 친구들은 서로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 다를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과 단절되면서까지,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도 괜찮을까?
이 질문은 어쩌면 우리가 모두 마주하게 되는 하나의 숙제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오는 번거로움과 갈등을 피하고 싶으면서도, 결국 혼자만의 삶 속에서 느끼는 고립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자아상이 틀어졌다고 느끼는 순간은 어쩌면 그 고립의 증상이 아닐까요?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관계가 희미해지거나 끊어져 버리면, 나라는 존재도 함께 불투명해지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 불투명함 속에서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들다 보면, 더 이상 세상과 연결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찾아오죠.
그러니 우리는 그 이상해짐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그대로 두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그 애씀조차도 때로는 낙관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20년 동안 비혼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낙관을 잃어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무언가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 그리고 그 예감 속에서 조금씩 스스로를 포기하는 마음.
우리는 조금씩 이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이상함 속에서 나름의 편안함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걸 아는 사람들과만 친구로 지낸다는 사실은 작은 희망의 끈일지도 모릅니다.
나와 비슷한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록 그것이 완벽한 연결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와 이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외로움이 넘쳐 쓴맛을 낼 때쯤, 우리는 그 작은 연결을 통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아가야 할지 모릅니다.
결국, 외로움은 설탕처럼 달콤하면서도 쓰디쓴 감정입니다.
적당한 고독은 우리를 성숙하게 하고, 그 고독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고독이 넘쳐버리면, 우리 삶은 어딘가 삐뚤어진 모습으로 변하기 쉽습니다.
그러니 때로는 누군가와의 작은 연결이라도 유지하려 애쓰는 것이, 우리를 그 이상함 속에서 구해줄 작은 빛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