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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오의 신곡 'Drop Top' 리뷰

by 참지않긔




어제 미야오의 신곡 'Drop Top'이 공개 되었습니다.


'Drop Top'이라는 곡을 처음 접했을 때 저 역시 솔직히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K-POP이라는 장르에서 매주 쏟아지는 수많은 신곡들 속에서 처음 들어보는 팀의 새로운 타이틀곡이 인상 깊게 다가오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무리한 기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곡은 그런 선입견을 아주 조용하게 무너뜨립니다.

그것도 거창하게 자신을 알리려 하지 않고 다만 음악 그 자체만으로 듣는 이의 귀에, 마음에, 그리고 기억에 아주 깊은 인상을 남기며 천천히 다가옵니다.




곡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어떤 특별한 사운드이기보다 그 ‘느낌’입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이상하게 새롭고, 부드럽게 귀를 감싸면서도 그 안에서 어딘가 깊은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보통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운드적 방향성이 있지요.

‘Drop Top’이라는 이름에서 기대하게 되는 건 어느 정도 속도감 있고 어느 정도는 신나는 분위기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곡은 처음부터 그 예상 자체를 부드럽게 배반합니다.

대체로 예상되는 질감을 거두어내고 대신 음악의 감정선을 훨씬 섬세하고 진중하게 설계해두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도 보컬이 있습니다.

Meow라는 팀이 이번 곡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목소리로 세계를 설득해보겠다는 태도처럼 느껴집니다.

각각의 멤버들이 지닌 고유한 음색이 곡 안에서 정확하게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음색은 단순한 보컬의 기술이 아닌 감정의 결로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수인의 보컬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선율이자 분위기이고 가온은 그 음색만으로 이미 팀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안나와 엘라의 보컬이 이 곡을 통해 새롭게 조명된 것도 무척 반가운 부분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다소 조용히 중심을 받쳐왔던 두 사람이 이번 곡에서는 훨씬 더 선명하게 감정의 결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덕분에 곡은 균형을 갖추게 됩니다.




전체적인 곡의 구성 역시 매우 인상 깊습니다.

벌스와 코러스 사이의 감정적 밀도, 그리고 브리지에서의 정서적 완급 조절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가사 역시 특별히 기교를 부리는 대신 곡이 가진 사운드에 최대한 잘 어우러지도록 절제되어 있으며 그런 절제가 곡의 감정선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그 감정의 선을 또렷하게 드러나게 합니다.




뮤직비디오는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간들도 있지만 그것이 곡의 정서와 어긋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전 영상들에서 보여주었던 역동성과 비교했을 때 퍼포먼스의 연출이 상대적으로 절제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일부 장면들이 더 과감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 부분은 아마도 곡 자체의 감정에 집중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동시에 대중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했던 이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으로 남을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이 아쉬움이 Meow라는 팀 전체의 방향성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팀이 아직 더 보여줄 게 많다는 가능성으로 남게 되지요.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이 블랙핑크의 공식 컴백을 앞두고 나왔다는 사실과 맞물리면서 의도치 않게 비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Meow는 같은 레이블 내 후배 그룹으로 어느 정도의 기획 방향성과 음악적 분위기에서 교차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Teddy의 프로듀싱은 여기서 명확하게 다른 결을 만듭니다.

블랙핑크가 보다 광택 있는 강렬함과 고급스러운 완력으로 정면 돌파하는 느낌이라면 Meow의 이번 곡은 그보다는 다소 부드럽고 조금 더 내밀한 감정의 결을 따라갑니다.

사운드의 디테일이 외부로 팽창하기보다 안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차별화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선택이자 지극히 전략적인 거리두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하나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수록곡 구성입니다.

앨범 전체는 여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신곡은 세 곡뿐이라는 점은 다소 아쉬움을 남깁니다.

과거 2NE1이 데뷔 미니앨범에서 보여주었던 구성을 떠올리게도 하는 이 흐름은 일정 부분 ‘레트로 전략’으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리스너 입장에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작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곡 수와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신곡의 양이 절반이라는 점은 특히 그들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감정적으로 조금 더 많은 장면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Drop Top'은 이 그룹의 모든 것을 농축해 보여주는 결정체처럼 느껴집니다.

팀의 정체성과 음악적 방향성, 멤버 개개인의 실력과 톤, 그리고 사운드 메이킹에 있어서의 역량까지—이 곡 하나만으로도 Meow가 어떤 그룹인지를 알 수 있게 되는 일종의 ‘명함 같은 곡’입니다.

만약 이 곡이 데뷔곡이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일찍이 이 팀에 주목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발표되었기에 오히려 그 감동이 더 깊게 와 닿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간 발표한 곡들이 있었기에 이 곡은 더욱 명확하게 팀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Drop Top'은 단지 한 번 듣고 지나갈 곡이 아닙니다.

듣고 나서도 자꾸만 생각나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다시 꺼내 듣고 싶어지는 곡입니다.

마치 예전 2NE1의 몇몇 곡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노래는 감정의 어떤 결을 따라 오래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노래가 주는 첫 인상이 좋았고 그 인상은 쉽게 휘발되지 않으며 오히려 반복해서 들을수록 점점 더 진하게 배어들게 됩니다.




이런 곡을 만나면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음악이란 단순히 잘 만든 곡이 아니라 ‘내가 다시 듣게 될 곡’이라는 사실을요.

그런 의미에서 Meow는 이제 막 시작한 그룹이지만 이 곡 하나만으로도 다음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장르와 어떤 색깔을 더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들의 음악 안에는 늘 목소리가 중심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한 우리는 Meow라는 이름을 잊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 곡은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차분하게, 그러나 확신에 찬 태도로 말합니다.

우리는 여기 있고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듣는 이는 그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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