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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entMeditator Oct 30. 2024

<우리, 태양을 흔들자>아픈 연인들의 꺽이지 않는 깃발



넷플릭스 영화 <우리, 태양을 흔들자>는 단순한 멜로 영화 이상의 울림을 가진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사랑과 상처 그리고 서로에게 구원이 되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일상의 삶과 그 안에 깃든 고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붙들어야 하는 희망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가진 두 주인공은 어떤 날은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의 태양처럼 마음을 흔들어 깨워야 할 이유를 찾아갑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쉽게 지나쳐버리는 삶의 소중한 순간을 마치 곁에서 속삭이듯 보여줍니다.





젊은 나이에 요독증을 앓고 있는 링민은 주 3회 투석을 받아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아갑니다. 

신장이식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단순한 하루도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다 어느 날 암 환자 카페에 자신의 신장을 기증해 줄 사람을 찾는 영상을 올립니다. 

“신장을 준다면 그 사람에게 시집가겠다.”는 순간적인 분노와 자포자기의 심정이 담긴 이 영상은 그녀의 외로운 호소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 영상을 우연히 본 한 남자 뤼투가 링민을 찾아오면서 두 사람의 운명적인 인연이 시작됩니다.





뤼투 역시 뇌종양을 앓고 있는 시한부 환자입니다. 

삶에 대한 미련조차 크지 않았던 그는 그녀의 영상을 본 후 그녀와의 만남 속에서 그가 잊고 있었던 삶의 이유를 조금씩 깨달아 갑니다. 

그의 의도는 처음엔 단순했습니다. 

자신의 신장을 그녀에게 주고 떠나겠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그는 차츰 링민에게 다가가며 서툴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링민은 그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외면하기엔 그가 주는 따스함이 고맙고 그를 받아들이기엔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뤼투는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조용히 다가가 그녀를 돌봅니다.





둘의 관계가 깊어지며 뤼투는 링민에게 따뜻하게 속삭입니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그의 솔직한 말은 그녀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링민도 마침내 답합니다. 

“당신도 참 좋은 사람이에요.” 

이 짧은 대화는 평범하지만 진실한 마음을 담고 있기에 둘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병마 속에서 지쳐 있던 그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며 상대방의 삶에 스며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비록 힘겨운 현실 속에 있지만 서로에게 위로와 다짐을 건네며 이겨내려 합니다. 

뤼투는 말합니다. 

“포기하지 마요. 마음이 꺾이지 않는다면 언젠가 해는 깨어나요.” 

마치 자신에게도 하는 다짐 같은 이 말은 링민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링민에게 뤼투는 고독 속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 주는 존재이며 뤼투에게 링민은 그가 더 나은 삶을 꿈꾸도록 해주는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마침내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하루하루를 지탱해주는 서로의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영화가 전하려는 깊은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우린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있어요 우리의 삶은 완벽해요 그러니 인생에 감사해야 해요." 

이 말은 누군가에게는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노래하는 듯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 평온한 일상이 고통스럽고 덧없는 하루일 수도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이 대사는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누군가는 세상을 비관하고 누군가는 그 속에서 감사와 의미를 찾는 차이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보며 저 역시 얼마 전 일찍 떠나간 소중한 지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이른 이별을 겪으며, 영화 속 링민과 뤼투의 모습이 유독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고되고 힘들더라도 누군가가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버틸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영화 속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지쳐 있는 서로를 격려하며 더 나은 하루를 만들어갑니다. 

때로는 우리의 마음 속 태양이 흐려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옆에서 나의 태양을 흔들어 깨워줄 수 있다면 그 하루는 빛날 것입니다.





<우리, 태양을 흔들자>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곁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며 사랑이 주는 치유와 구원의 힘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삶이 때로는 흐리고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 이 영화는 말해줍니다. 

“마음이 꺾이지 않으면 해는 다시 떠오를 것”이라고. 

이 영화는 아픔 속에서도 꿋꿋이 서로의 태양이 되어주려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삶의 어느 순간, 고독 속에서도 사랑은 여전히 빛난다는 것. 

그렇게 서로의 빛이 되어 주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는 작은 기적 같은 이야기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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