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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듐레어 Aug 17. 2023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망고의 왕이라는 그 녀석.

루피시아 5243. Alphonso Mango

보부상님의 6월 초 행낭으로 돌아가서 루피시아의 알폰소 망고. 작성한 지 두 달쯤 되었는데 브런치에는 이제 올리게 되었다. 이런 게 세 개 더 있는데 솔직히 좀 비추라서 옮겨와서 공개할지 어쩔지는 고민 중이다. 뭐 아무튼.

알폰소 아니고 알폰스지만 뭔가 거대한 갑옷같은 위풍당당함이 기대되는 알폰소 망고

개봉하자마자 코를 확 치고 들어오는 그런 느낌은 없고 그냥 평범하게 망고향이다. 약간 무슨 기대가 있었냐면 뜬금없지만 강철의 연금술사 알폰스 에릭이 자꾸 생각이 나서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설명에도 무려,

망고의 왕이라고 불리는 알폰소 망고가, 달콤하고 농밀하게 향기로운 홍차. 살살 녹는 듯한 풍미는, 아이스티에도 딱 맞습니다.

라면서요. 아, 얌전하고 소심한 듯 묵직한 느낌은 알과 좀 닮은 듯.

망고향이 은은하다. 루피시아의 흔한 풍선껌은 아니다.

봉다리 오~픈. 홍차와 망고 과육이 들었다. 적당히 브로큰이고 인도, 스리랑카 들었다고 하는 거 보면 아쌈, 실론 베이스 같다. 지금 보니까 어텀닐 들은 것처럼 사진이 보이기도 하는데 다즐링 맛은 전혀 아니었던 거 같음. 망고과육 들어있는 게 처음엔 좀 신기할 수 있겠다. 집어먹어봐야 맛은 그냥 그렇다. 그냥 세계과자전문점 이런 데 가서 건망고를 사 먹도록 하자.

서빙용 포트를 따로 쓰지 않고 우려가면서 마시면 첫 잔을 마시는 사이에 그 뒷잔들이 진해진다. 호록호록 빠르게 마실게 아니라면 어딘가에 덜어두자.

워밍 해둔 팟에 한 스푼, 끓는 물, 2분 첫 잔. 수색은 옅지 않은 편. 첫 잔 사진이라 너무 연한 것 같아서 다음 잔도 찍음. 망고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온다. 홍차향에 진득하게 달라붙어서 넘어가는 느낌인데 이게 아주 부드럽게 스윽 넘어간다. 홍차에서도 강한 맛과 향보다는 부드럽고 묵직한 맛이 나는데 약간의 걸쭉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아쌈 실론 베이스라고 생각하고 마시면 가향까지 포함하여 밸런스를 참 잘 잡았다 싶다. 여름한정이 아닌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듯. 아이스티로 좋다고 하는데 사실 핫 아이스 가리는 차는 아니기 때문이다. 핫티, 냉침, 급랭 모두 부드럽고 은은하면서도 묵직하다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입안에서 잔향이 오래 남는 편인데 떫은맛은 짧고 약하며 망고향의 여운이 크다. 올여름 아이스티 3위. 여름은 위타드의 과일 인퓨전과 루피시아 가향이 제격이다.

친근한 브로큰이다. 은근히 줄기 많이 포함.

망고 하면 알폰소보다는 대만, 필리핀 망고를 주로 먹어서인지 껍질을 좍좍 벗겨서 후루룹촵촵 먹는 큼직하고 걸쭉한 과일이 생각난다. 과즙이 뚝뚝 떨어지기 때문에 먹는 위치도 주로 싱크대에 서서 먹는 편이다. 기나긴 자취 고인물의 흔적. 주부냐. 망고는 옻나무 열매이기 때문에 소위 '갈비'를 너무 뜯다가는 알러지가 생길 수 도 있다. 망고과육이 들어있는 차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옻닭처럼 보신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럴 리가 없나. 아무튼 더울 때 생각나는 건 마찬가지다.

알폰소 망고는 크기는 중간정도에 너무 달지 않으면서 깊은 향이 나는 품종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망고라는 열대과일을 ‘트로피컬’하게 살리지는 않은 차. 그렇다고 아주 달달하고 걸쭉한 느낌도 아니지. 다만, 알폰소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그런 느낌의 차였다. 여름이 지나고 있어 아이스티로 좋았던 차들을 서둘러 올리고 있다. 그럼 여기까지 끗.



추천곡 - 망고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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