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바뀌어도 클래스는 영원하다. 베리베리뿅.
Whittard No. 18, Very Berry Crush
위타드 오브 첼시의 대표 차를 뽑아보라고 하면 사실 홍차가 아니라 과일 인퓨전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몇몇 대표적인 가향차를 제외하면 의외로 커피로 치면 싱글블랜드처럼 단일 홍차 위주로 많이 팔아왔던 것 같고 그 와중에 인스턴트 티라는 중독성 강한 드림타임, 터키쉬 애플 같은 친구들과 함께 독보적인 입지를 누려온 게 또 과일 인퓨전이다. 소위 삼베리, 쓰리베리, 벨벨벨등의 별명으로 불리던 very very berry는 위타드를 지탱하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몇 년 전에 Very Berry Crush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리뉴얼되었다. 이름부터 캔디 크러시 같은 대작의 기운이 느껴진다. 우리집에서 논카페인 과일 인퓨전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지난번 소개한 레몬셔벗을 리필하면서 같이 구매해 봤다. 이 대표메뉴를 맛보지 않는다면 꽤나 큰 인생의 손해라구.
사진을 영 이상하게 찍었는데 실제로는 이것보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그렇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시 찾아보시라.재료를 보면서 리뉴얼된 내용을 파악해 보자. 히비스커스꽃잎, 엘더베리 27%, 포토, 첨차잎, 합성향료(레드후르츠향), 블루베리 1%, 블랙커런트, 수레국화꽃잎, 딸기조각 0.5% 라고 되어있다. 옛날 사진이 남아있거나 하진 않아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히비스커스 40%, 포도 27%, 엘더베리열매 26%, 블랙커런트 2.7%, 가향 3~4%, 블루베리 1%로 전반적으로 비슷한 배합에 콘플라워나 딸기가 조금 더 첨가된 모양이다. 확실히 건엽-찻잎은 없지만-이 알록달록해진 느낌이 있다. 콘플라워 때문인가.
왼쪽이 급랭, 오른쪽이 핫티. 차갑게든 뜨겁게든 다 잘 어울리는 만능의 상큼함.3g, 300ml, 3분. 따뜻하게 마셔본다. 옛날에 비해 딸기가 실제 들어가서인지 좀 더 딸기향이 강해졌다. 히비스커스도 좀 더 올라오는 느낌이고. 히비스커스가 강해져서 옛날보다 오히려 차는 덜 쓰게 된다. 많이 넣으면 새콤 아니고 시큼해질 거 같아서. 살살 넣어도 베리향이 줄거나 하진 않으니 그거대로 신기. 향에서는 오히려 히비스커스의 강렬함이 달달한 향에 숨어있다. 막상 마셔보면 블랙커런트와 블루베리의 달달한 맛은 히비스커스의 상큼함에 가려지는 편이다. 맛에선 달달함보단 상큼함을 강조한 느낌. 삼베리 시절이 좀 더 달달했던 기억인데 추억보정일지도 모르고. 마셨을 때 당도가 그렇다는 거지 베리의 진함이 상당해서 입안에 들어오면 쥬시함이 느껴진다.
6g, 300ml, 4분으로 급랭을 해본다. 따뜻할 때보다 히비스커스가 아이쿠야 하지 않는다. 대신 베리들의 걸죽함은 좀 연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 취향엔 역시 아이스가 어울려. 급랭이나 냉침이나 우려서 식히는 거나 큰 차이는 모르겠다. 탄산냉침도 해볼 만하다. 이쪽은 또 탄산과 히비스커스가 동시에 입에서 터져버리니 평소 히비스커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겠다. 그것만 넘어갈 수 있다면 인공향이 아닌 산딸기 탄산수를 마실 수 있다.
레몬셔벗과 베베크. 따뜻하게 우려서 한 김 식힌 뒤 냉장고에서 차게 식혀 아이스에 서빙한다.위타드 오브 첼시의 상품들이 전체적으로 자꾸 줄어드는 느낌이라 안타깝긴 하지만 베리베리크러시, 내 맘대로 줄여서 베베크의 건재함을 확인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탕비실에서 베베크를 아이스로 진하게 한번, 재탕으로 따뜻한 걸로 연하게 한번 내려서 직원들에게 돌리면 반응이 엄청나다. 대부분은 이런 건 어떻게 아냐는 질문을 하는데, 아무리 이쪽에서 유명하고 스테디셀러여도 한국의 차 시장이 좁다 보니 어쩔 수 없구나 싶은 맘이 든다. 많이들 마셔주었으면 좋겠는데. 알고 보면 진짜 유명한 차 베베크를 마셨다. 끗.
추천곡 - Candy Crush Soda Saga (K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