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시아 8520. 부케 로얄 자스민
루피시아 지유가오카 본점 한정 두 번째는 부케 로얄 자스민이다. 마신 지가 보름이 넘어가는데 시음기가 많이 밀려있어서 서둘러 적어본다. 인사고과 시즌은 언제나 바쁘고 짜릿하다. 구매동기는 별다른 거 없이 지난번 지유가오카 얼그레이처럼 한정이라서 넣었다. 계획에는 전혀 없었고. 50g, 일러스트 캔입에 1150엔이다. 상미기한이 1년으로 가향 쪽의 사정이 있는 듯.
본점 한정상품답게 토파즈 색의 특별 캔. 많은 글자가 금장이라 조명 관계상 어둡게 찍을 수밖에 없었다. 자스민꽃을 부케로 묶은 일러스트. 그린-티 라고 되어있다.
시로이 자스민 노 하나 오 치리바메따 마수캇또 노 카오리 타다요우 자수민 티이 또 료쿠차 노 부랜도.
하얀 자스민 꽃을 흩뿌린 머스켓 향기가 풍기는 자스민 차와 녹차의 블랜드
머스켓 가향이 들어있는 자스민 녹차가 다른 게 또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루피시아에 머스켓 가향 리스트를 시간 나면 한번 뽑아봐야겠지만 얼핏 기억나는 것만 다섯 손가락을 넘는다. 아무튼. 머스켓과 자스민, 녹차의 조합이니 아이스티에도 잘 어울리겠지만 홈페이지 제품 설명에 써있긴 한데 아이스티 추천 라벨이 붙어있진 않다. 지점 한정에는 라벨을 붙여두지 않는 걸까? 데이터 다루는 입장에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지만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봉지를 개봉하면 머스킷 향이 가장 먼저 치고 올라온다. 진득한 머스킷향이 훅 끼치고 나면 그 뒤로 잔잔하게 자스민 향이 퍼진다. 그리고 옅은 녹차향. 말리춘호(모리춘하오, 자스민)를 썼다고 하는데 아마도 일본 녹차에 머스킷 가향을 하고 말리춘호와 섞은 듯하다. 부케 로얄 자스민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비해서는 어딘가 좀 소박한 모습. 블랜딩 비율은 말리춘호가 조금 더 높은 것 같다.
5g, 300ml, 80도에서 1.5분 우렸다. 우롱차에 가깝게 노오오란 수색이다. 역시나 머스킷이 강하긴 한데 입안으로 들어가면 자스민이 은은하게 머스킷을 밀어내는 느낌이다. 수렴성도 그리 강하지 않은 아주아주 순한 맛. 딱 루피시아의 머스킷, 루피시아의 자스민 향이다. 딱히 설명이 필요 없는 맛. 녹차 베이스가 수렴성이 적은 편이지 결코 풍미가 모자라진 않는다. 일본녹차가 들어간 것치곤 우마미가 강조되진 않는 느낌이다. 아마도 비율 때문이겠지. 향 자체가 차분하게 달달하다. 이것이 부케 로얄의 정체성인가.
5g, 150ml, 80도에서 1.5분으로 우린 뒤 급랭을 해보았다. 사진은 깜빡하고 찍질 못했는데 어딘가 좀 밍밍한 느낌에 수렴성만 올라왔다. 묘하게 급랭에서 가향이 날아가는 느낌. 냉침과 비교하자면 그래도 급랭 쪽이 향이 더 진하긴 하다. 냉침은 그래도 수렴성이 찌릿한 정도는 아니고 가향이 준수하게 살아있는 정도로 급랭에 비해 벨런스는 더 잘 맞는 편이다. 가향녹차 냉침은 좀 섬세하게 맞춰줄게 많아 귀찮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아이스티 었지만 대부분 핫티로 마셨다. 마침 아침저녁으론 서늘한 가을이기도 했고.
중국녹차와 일본녹차가 섞여 혼돈의 도가니인 엽저. 본점 한정상품에 걸리는 높은 기대치로 인해 쉽지 않은 상품개발을 해낸 것 같다. 몇 번의 리뉴얼이 있었을까. 루피시아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뭐 어마어마한 그런 블랜딩은 아니지만 차분하면서 기품 있는, 청초하면서도 달달한 가향이 퐁퐁 솟아오르는 본점을 나타내기에 손색이 없는 그런 블랜딩이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