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마야 츠보키리차, 고준
겨울에 일본 가서 이온몰에 들렀는데 어지간한 이마트와 비슷한 사이즈인데 정말 많은 종류의 차들을 가져다 놓고 파는 걸 보고 내심 부러웠더랬다. 본격적으로 센차를 사 오기는 시기상으로도 좀 애매했고 역시 홍차 쪽이 관심이 더 많기도 해서 슥슥슥 지나가다가 이건 좀 궁금하다 싶어 집어온 차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츠보키리차. 조금 늦게 따는 차를 보관하면서 살짝 숙성시키는 차라고 하는데 뭘 알고 샀겠나, 그냥 적당한 가격에 맛도 나빠 보이지 않아서 숙소에서 좀 마셔볼 생각으로 구입했다. 티백 8개에 398엔. 개당 50엔 느낌으로 생각해 보면 마냥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관광객이 숙소에서 500원에 녹차 한 잔 마시고 일정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다면 나름 괜찮지 않은가.
사실 녹차류라고 분류가 있었어서 대충 사 왔지 정확히 무슨 차인지도 모르고 사 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이 있었다. 센차 전문점에서 마셨던 조미료 국물 같은 짭짤한 육수맛이 제법 났고 향도 나쁘지 않아 다음날 다시 마트에 가서 두 팩을 더 사 왔다. 하나는 선물용, 하나는 더 마실 생각으로. 그 옆에 자매품이 있길래 같이 집어왔는데 역시 뭔지는 모르고 집어왔음. 가격은 모두 동일했다.
나중에 마시면서 천천히 찾아보니 하리마야 다호라는 곳에서 만든 차인 듯하다. 하리마야라는 찻가게가 어딘가 봤더니 히메지라고 오사카의 서쪽, 그러니까 고베도 훨씬 지나서 있는 동네에 있는 가게이다. 공홈에서 같은 차를 찾진 못했는데 아마도 마트 출품용으로 만든 상품인가 보다. 그 마트에는 이 시리즈가 두 종류가 있었는데 육각형을 보면 알겠지만 하나는 맛이 좋고 하나는 향이 좋다. 보라색이 맛이 좋은 츠보키리차, 노란색이 향이 좋은 고준. 고준은 한자 자체가 향이 준수하다는 한자로 꽃과 같은 향이라고 적힌 듯하다.
어쩌다 보니 사진을 잘 못 찾겠는데 마시면서 틈틈이 찍어두긴 했으나 어떤 게 하리마야 사진인지 잘 못 찾겠다. 뭐 츠보키리나 고준이나 수색은 거의 비슷했으니 사진은 하나로 통일하겠다. 고준은 향이 섬세한 느낌이 있긴 한데 조금은 흐릿한 느낌이라 츠보키리차 만큼의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보라색 츠보키리가 가성비가 정말 갑이었다. 겨울에 잘 마시고 늦봄에 일본 마트를 가보니 다른 지점이라 그런 건지 하리마야 상품이 없었다. 정확히는 고준 한 개 남아있었는데 할인 스티커를 크게 두르고 있어서 사 오진 않았다. 시기상 햇차 나오기 시작하고 본격적인 녹차가 나오기 직전인 시기라 그랬던 것 같다. 그런 거 보면 6월 정도가 마트에서 녹차사기 좋은 시즌일까? 우연히 좋은 차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해 준 하리마야 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