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계빛 조명은 흐트러진 내 맘을 감싸고오오오 아멘타불

안계 철관음

중국인들에겐 차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중국 사람들이 모두 차농이거나 관계자는 아니기 때문에 결국 어디선가 도매, 혹은 사온 상품을 재포장해서 선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이름 모를 소규모의 로컬 브랜드 차를 선물로 주는 경우도 많아서 선물 받는 사람들도 정확한 정보를 잘 모르고 집에 쟁여놨다가 그걸 건네받는 내 경우에는 검색을 아무리 해도 잘 모르겠을 때가 대부분이다. 이번에도 지인을 통해 전달받은 차인데 원래 케이스는 없고 소분용기에 못해도 90g 정도는 받아서 열어보니 대충 짐작이 간다 정도였다. 혹시 받자마자 어떻게 생겼었는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겨우 전달받은 케이스 사진이 있긴 한데 검색해도 잘 안 나오긴 하지만 일단 안계 철관음인 건 확인을 했다.

정확하겐 못 읽어도 짬바로 때려 맞춘 안계 철관음

심지어 철관음이라고 써있지도 않은 거 같은데 건엽이 너무 철관음이어서 그렇겠거니 했다. 그러고 보니 왼쪽에 안계라고 써있는것 같았는데 그건 찾아보니 맞다. 아무튼 지인이 선물 받은 것을 다시 선물 받은 차.

똥-글

건엽이 똥글똥글 말려있고 풀내음이 진하다. 바싹 마른내가 청향이 강할 것 같다는 인상을 팍팍 준다. 일단은 믿고 마시는 안계철관음이니까. 안계 철관음은 청향 우롱차로 중국 복건성의 안계지역에서 나는 유명한 명차. 청향이 싱그럽고 개운하면서도 화려하다.

맑은 수색. 단아하고 기품있다

철관음은 워낙에 단단하게 잘 말려있어서 조금만 넣어도 무게가 꽤 나간다. 괜히 철 같다고 철관음이 아니다. 80cc 개완에 4g을 넘지 않게 넣어준다. 한번 헹구듯이 짧게 세차하고 30초 이상만 우려 줘도 충분. 향이 짙고 꽤나 무겁다. 은은하게 열감이 오를 정도. 이상하게도 상쾌한 맛과 향에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3포를 넘어가면 배화향도 꽤 짙게 느껴진다. 뒤로 갈수록 느껴지는 배화향이라니 이것도 큰 매력. 내포성도 상당해서 6, 7포까지도 거뜬하다. 다만 특유의 생풀맛이 좀 남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거 건조과정인가에서 조금 차이 난다고 들었는데 그 해의 작황에 따라 제다과정에서 조금 삐끗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박박 긁어모으지 않고 일부만 찍은 엽저. 철관음은 조금만 방심해도 나중엔 혼자 개완 뚜껑을 열고 나온다.

철관음의 관음이 관세음보살의 그 관음일 텐데 기독교인이니 아멘타불로 대신한다. 안개 낀 마음이 서서히 맑아지며 햇살이 스며드는 기분이다. 올해 1분기에 직장생활이 뭔가 어지럽고 혼탁했는데 그때마다 내 기분을 걷어내 준 고마운 차. 다른 차들의 영향도 있었지만 어쨌든 안계 철관음 덕에 사무실에서의 개완 사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