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by 은소리

멈추세요, 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깜박이는 초록 불 사이로

흔들리는 호흡이 무색해질 때면

어김없이 얼굴이 빨개진다.


너보다 앞선 내 마음이

가쁜 숨 사이로 흩어지고 사그라들고

초록과 빨강 사이를 넘나들다


조급해지는 발을 붙잡아

가지런히 손을 모아서

선 밖으로, 선 밖으로, 가장자리로.


내몰린 것이 마음은 아니라고

나는 아니라고 발끝을 다독여보아도

좀처럼 초록불이 켜지지 않는다.


달아나는 눈빛을 붙잡아

단단히 신호등에 고정시킨다.


어쩌면 다시 켜질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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