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

by 은소리

숨바꼭질을 할 때면

덩그라니 몸을 내어놓고

눈만 꽁꽁 숨겨 끝끝내 모른 척

숨을 멈추고 또 멈췄다.


깊이 잡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고,

단단히 기댄 마음이 허물어지고,

내어준 자리가 쓸쓸해질 때면

숨을 곳을 찾아 허둥거렸다.


눈을 감고 숨어 보아도

삐죽 튀어나온 마음이 들킬새라

천연덕스러운 얼굴을 쓰고

빠른 걸음을 걷는다.


짐짓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애초에 마음은 없다는 듯이

부지런히 걷고 걸어 도망을 친다.

여기저기 마음을 흘린 줄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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