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궤도에서 살짝만 벗어나보기.
이후 나는 조금 더 바운더리를 넓혀보기로 결정했다. 한국 현대문학에서 세계 고전 문학으로, 동양철학에서 서양철학으로.
사실 상술했던 '초역 논어의 말'을 고를 당시 친구는 니체와 논어 사이에서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논어를 고르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논어를 다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래서 이번에는 서양 철학도서인 [초역 니체의 말]을 교보문고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보내줬다. 아직 배송이 시작되지 않아 아직 후기는 들려줄 수 없지만 이 역시 충분히 읽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또 다른 비화를 여기서 풀 수 있겠다. 사실 친구한테 고전을 맛보기로 살짝 보여줬는데, 그 책이 바로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였다. 끌리는 책이기는 하지만 최진영 작가님의 [해가 지는 곳으로]만큼은 아니니 나중에 읽겠다고 하며 구매를 미뤄둔 책이었다. 하지만 2-3일 만에 [해가 지는 곳으로]를 독파해 냈으니 급하게 다음 책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장르 확장이 가능하겠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고전을 권하기에 앞서 고전의 문턱이 결코 낮지 않기에 어떤 책을 권해야 할지 많이 고민해 봤다. 그러던 중 친구가 끌린다는 이야기를 했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다시 읽어봤는데 문체와 어휘가 고전 입문자가 읽기에 굉장히 좋게 되어 있어 고전 입문서로 적절하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래서 이 책을 친구의 첫 고전으로 선물해 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책은 진정한 고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진정한 고전이라고 할 만한 책을 하나 더 선물해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약간은 높게 느껴질 수 있는 도전 과제로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같이 선물해 줬다. 선물하기 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랑 이 책 중에서 어떤 것을 줘야 좋을까 고민해 봤다. 하지만 아무래도 [안나 카레니나]는 인문학적 지식이 상당히 필요한 책인 데다 내용이 너무 길다 보니 읽다가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폭풍의 언덕]을 구매했다. 오만과 편견이나 제인 에어도 선택지에 있었으나 인물관계도가 조금 복잡하거나 내용이 많이 루즈할 것 같기도 했고, [폭풍의 언덕]만큼의 흡입력도 없는 것 같아 보류했다.
[폭풍의 언덕]은 친구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내가 고른 책이기 때문에 친구에게 안 맞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헛된 걱정이었다. 오늘 조금 읽어보더니 충분히 읽어낼 수 있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더라. 그리고 다음 날, '마지막 참견'을 위해 네 번째 서점 방문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