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앨범
오늘 쓸 글은 긴 글이 될 것 같다.
내가 제일 아끼는 앨범을 소개해볼까 한다.
나는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앨범을 전부 다 버리고
단 하나의 앨범만 가져가라 한다면,
이 앨범 하나만 가져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이 앨범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이 앨범에 애정을 가지게 된 비화와 이 앨범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내가 김윤아라는 아티스트를 좋아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8월 말에 독서실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듣게 되었다.
오디오가 아닌 EBS 프로그램인 <스페이스 공감>에 나온 음악으로 말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다 듣고 나니
김윤아 솔로 스페이스 공감이 알고리즘으로 떴다.
전체를 들으면서 타인의 고통 탄생 비화를 듣고,
바로 전체 앨범을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바로 멜론을 틀어 앨범 전체를 쭉 듣게 되었다.
그때 전부 듣고 내린 결론은, '내 인생 앨범이다.'
인생 최고 명반이라는 의미도 있고,
인생을 반영한 것 같은 앨범이라는 의미도 있다.
중의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그 의미가 모여 더 깊은 의미가 된다는 것을 함의하는 개념이다.
여러 명곡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음반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마 평생을 가져갈 앨범일 것 같다.
올해 <관능소설>이라는 정규 앨범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 또한 내게는 4집 같은 느낌을 주지는 못 했다.
저 앨범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가을이었고,
그 후 고등학교 3학년, 스무 살, 스물 하나, 스물둘...
지금은 스물셋이 져가고 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중 우는 일이 가장 많았다.
그간 불안에서 벗어난 생활을 해보지 못했다.
낮에 느끼는 불안은 밤에는 잠으로 전이되어
심각한 불면증을 가져왔다.
아무도 이게 병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네가 너무 과민 반응인 것이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그런 줄 알고
불안을 더 큰 불안으로 짓누르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 당시의 내게 더 큰 불안이었던 '고등학교 입시'
거기에서 실패를 겪은 나는
결국에는 터져버려 자살을 시도했고,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원래는 수업시간에 자지 않았는데,
그때부터는 좋아했던 과목 시간에도 엎드려서 잤다.
정확히는, 자는 척 엎드려서 울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눈물이 났다.
복도를 걷다가 우는 일도 있었고,
하교하며 나오다가 길에서 혹은 버스에서
눈물을 잔뜩 쏟는 일도 많았다.
너무 울어서 눈물이 안 나올 때까지 울었다.
탈진하기 직전에 다를 무렵, 조퇴를 달고 나왔다.
그리고 집에 오면 매일 죽는 방법에 대해 찾아보다가
겨우 눈을 감았다.
눈을 감는다고 끝나지 않았다.
밤에는 불안의 다른 형태인 가위와 싸워야 했다.
그 후 불안은 더 커졌다.
크지 않았던 불안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같은 학교로 올라오게 되면서
내가 내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다 놓고 한 학기를 보내다가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학도 안 되면 이런 상황을 또 겪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또 살아야 한다.
그건 심지어 4년이다.
그래서 대인관계가 좋고 학교 성적을 챙기는
정상적인 학교 생활은 포기했고,
수능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새학기에 일부러 친구를 만들지 않았다.
누가 말을 걸면 그거에 대한 대답을 할 수는 있어도
내가 나서서 말을 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 볼지 안 볼지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는 것과 시간 낭비를 동시에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불안은 더 심해졌다.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불안,
그래서 잘못 가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스스로에게 할 실망과
남들이 내게 보낼 손가락질까지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죽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결과는 보고 죽자,
결과가 안 좋으면 그때 죽어도 늦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거 아니면 죽자는 마음으로 하면 이뤄진다는데
내 모든 일은 그렇게 목숨을 걸면 꼭 이뤄지지는 않고,
내가 죽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 줬다.
8년 동안 죽어야 하는 방향으로만 걷다 보니
내가 인생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인생이 날 망하는 길로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섭고 싫었다.
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 둘 다 싫었지만
특히 싫은 사람을 고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을 상대할 수 있는
당장에 하고 있는 서비스직이 꽤나 괜찮게 느껴졌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싫었다.
정확히는, 날 알아보고 근황을 묻는 사람들이 싫었다.
아무도 날 궁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아무도 날 못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휴가를 내고 서울에 있는 호텔을 자주 다녔다.
서울은 천만 명이 사는 곳이므로
나를 아는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었다.
방으로 들어가 버리면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보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호텔을 자주 다녔다.
'한창 좋을 나이'와 같은 청춘을 예찬하는 말들을
나는 여전히, 전혀 이해하지 못할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앨범을 여전히 애정한다.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하는 세상에서
제일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해주는 노래들의 모음집이라서.
너의 이름 노래가 되어서 가슴 안에 강처럼 흐르네
흐르는 그 강을 따라서 가면 너에게 닿을까
언젠가는 너에게 닿을까
그리움은 바람이 되어서 가슴 안을 한없이 떠도네
너의 이름을 부르며 강은 흐르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누가 너의 손을 잡아 줄까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산산이 부서진 이 마음과
붙잡아 둘 수 없는 기억들이 그 강을 채워 넘치네
너의 이름도 너의 목소리도 너를 품에 안았던 순간들도
덧없이 흩어져버리네 강으로 그 강으로
너의 이름 노래가 되어서 가슴 안에 강처럼 흐르네
흐르는 그 강을 따라 나를 버리면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강은 흘러 흘러 사라져만 가네
강은 흘러 흘러
우리는 유리처럼 나약해 곧잘 깨져서는 서로를 할퀴네
절망처럼 검은 밤이면 서로의 체온 속을 파고들면서도
덩굴처럼 얽혀서 가시 돋친 꽃을 피우지
상처 입고 상처 입히면서
눈물을 먹고 자라는 가시 돋친 꽃의 이름을 행복이라 부르지
행복은 아름다워
서로의 품 안에서도 우리들은 외로워서 괴로워서
언제나 누군가가 어딘가가 무언가가 그리워서 두려워서
때로 노래가 사라지고 깊은 어둠이 오면
아무도 아무것도 남지 않고 우우우
우리는 유리처럼 나약해 곧잘 깨져서는 자신을 할퀴네
그저 한 줌의 위안을 얻으려 가장 소중한 것을 내보이며 웃네
미로처럼 얽혀서 어디 서있는지는 몰라도 살아있으니까 살아가고
언젠가는 무언가를 찾으리라 자신을 위로하며 매일을 이어가지
인생은 아름다워
우리는 유리처럼 나약해 우리는 유리처럼 나약해
우리는 유리처럼 나약해 우리는 유리처럼 나약해
인생은 아름다워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가슴 안에 가득 찬 너의 기억이, 흔적이 나를 태우네 나를 불태우네
울어도 울어도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면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꿈이야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나는 지옥에 나는 지옥에 있나 봐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차라리 지금 이대로 눈을 감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
차라리 지금 이대로 눈을 감으면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수 있기를
울어도 울어도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면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꿈이야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나는 지옥에 나는 지옥에 있나 봐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아무도 너를 구할 수 없어 어둡고 작은 방에서 넌 우두커니
너를 바라보는 어둠을 바라보았지
누구의 체온으로도 단단한 너의 외로움 녹일 수 없어
언제나 너의 마음 안엔 바람이 이네
우 마음 안엔 언제나 우 바람이 이네
네가 바라보던 어둠이 언젠가는 너를 데려갈 줄 알았어
버려진 기억은 독이 되어 너의 마음을 해치네
내가 널 구할 수 없었을까 누군가 너를 구할 수 없었을까
너를 데려간 어둠만이 허공을 떠도네
우 너를 데려간 어둠이 우 내 안을 떠도네
은지야 너의 가슴에선 풋사과의 향이 나고
너의 머리카락은 춤을 추었지 은지야
은지야 너의 두 뺨에는 기쁨이 가득하고
너의 눈동자는 서늘한 별빛처럼 푸르게 빛났었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네 모든 향기는 회색이 되고
눈부시던 날카롭던 황홀하던 너는 일상의 건조함 속에 시들어가겠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네 모든 향기는 회색이 되고
눈부시던 날카롭던 황홀하던 너는 일상의 건조함 속에 시들어가겠지
타고 남은 회색의 재처럼 타고 남은 회색의 재처럼
은지야 우리들은 왜 태어났을까
은지야 너의 가슴에선 풋사과의 향이 나고 너의 머리카락은 춤을 추었지
은지야 은지야 은지야 은지야
때로 너의 꿈은 가장 무거운 짐이 되지 괴로워도 벗어 둘 수 없는 굴레
너의 꿈은 때로 비길 데 없는 위안 외로워도 다시 걷게 해 주는
때로 다 버리고 다 털어버리고 다 지우고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
때로 너의 꿈은 가장 무서운 거울이라 초라한 널 건조하게 비추지
너의 꿈은 때로 마지막 기대어 울 곳 가진 것 없는 너를 안아주는
간절히 원하는 건 이뤄진다고 이룬 이들은 웃으며 말하지
마치 너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소중하게 품에 안고 꿈을 꾸었네 작고 따뜻한 꿈 버릴 수 없는 애처로운 꿈
너의 꿈은 때로 무거운 짐이 되지 괴로워도 벗어 둘 수 없는 굴레
너의 꿈은 때로 비교할 데 없는 위안 외로워도 다시 한번 걷게 해주는
간절하게 원한다면 모두 이뤄질 거라 말하지 마
마치 나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마치 나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미안해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았어
비겁한 무력한 이런 나라서 너무 미안해
한 방울 한 방울 너의 눈을 적시던 눈물을 헤아려보네
하나 둘 한없이 너의 마음에 쌓이던 의문을 되뇌어보네
이 세상은 언제나 이해할 수 없는 모순에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은 말하지 우리들은 아직 어리고 어리석을 뿐이라고
한 방울 한 방울 너의 눈을 적시던 눈물을 헤아려보네
하나 둘 한없이 너의 마음에 쌓이던 의문을 되뇌어보네
잔인하고 슬픈 얘기들을 사람들 아무렇지 않게 해
네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너에게 상처만 준 걸 알아 미안해 너무 미안해
너의 눈물을 닦아주고파
한 방울 한 방울 너의 눈을 적시던 눈물을 닦아주고파
하나 둘 한없이 너의 마음에 쌓이던 의문에 답해주고파
한 방울 한 방울 너의 눈을 적시는 눈물을 닦아주고파
하나 둘 한없이 너의 마음에 쌓이는 의문에 답해주고파
너의 눈을 적시는 눈물을 닦아주고파
너의 마음에 쌓이는 의문에 답해주고파
한 방울 한 방울 너의 눈을 적시는 눈물을 닦아주고파
하나 둘 한없이 너의 마음에 쌓이는 의문에 답해주고파
우리들의 얘기가 마지막 장을 향하네
발걸음 돌이키며 안녕 안녕 우린 여기까지인가 봐
새벽이 밝아오네 조용히 차가운 숨을 내쉬며
시간이 다가오네 조금씩 그러나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처럼 우리의 인연도 흘러 흘러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곳에 닿았어.
우리들의 얘기가…
인연에도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는 가 봐
발버둥 쳐도 흩어질 인연은 흩어져만 가네
다만 행복하길 바랄 뿐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잡을 수 없는 것은 잡을 수 없는 대로
새날이 밝아오네 조용히 냉정한 표정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져 슬픔을 말할 수 없어
흘러가는 시간처럼 우리의 인연도 흘러 흘러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곳에 닿았어
우리들의 얘기도 특별할 것 하나 없어
사람들 모두 그렇듯 안녕하고 그냥 스쳐 지나면 돼
우리들의 얘기가 마지막 장을 향하네
가만히 그 뒷모습 바라본다
안녕
지난밤은 열병에 시달리다 어지러운 상념에 잠 못 들고
괴로운 순간들이면 나도 모르게 기도처럼 읊조리며 나를 다독인다
다 지나간다 다 잊혀진다 상처는 아물어 언젠가는 꽃으로 피어난다
다 지나간다 모두 지워진다 시간은 흐른다 상처는 아물어 사라진다
어두운 밤이면 별빛은 더 깊어진다
다 지나간다 다 잊혀진다
상처는 아물어 언젠가 꽃으로 피어난다
다 지나간다 모두 잊혀진다
시간은 흐른다
상처는 아물어 사라진다
최애 곡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곡을 좋아하는 앨범은 이 앨범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음악이 위로가 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나를 이해하는 음악은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