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난 존재니까
'Cause you and I, we were born to die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명인 라나 델 레이의 노래 가사다.
<Lust for Life>에 있는 첫 번째 수록곡인 Love라는 노래로 처음 좋아하게 되었지만,
라나 델 레이에게 깊이 빠지게 한 노래는 이 노래였다.
나는 이 'Born to die'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했다.
거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나는 개인적인 굴곡이 꽤 긴 편이었다.
나는 23년을 살았는데, 그중 16살부터 지금까지를 나는 굴곡이라고 이른다.
그 기간 중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좌절되어 왔다.
그리고 남들은 다 한다는 것도 난 해낼 수 없었다.
이때 쌓은 능력들이 평생을 좌우한다는데,
나는 어떠한 능력도 쌓지 못했다.
그것이 평생을 좌우한다면, 난 이미 망한 인생이었던 것이다.
청춘이 좋다는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늙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왜 원하지 않는데 늙을 때까지 살아야 하지?
그냥 그전에 죽어버리면 안 될까?
그러면 최소한 요절이라는 수식어는 얻을 수 있잖아.
근데 나이 들어 죽으면 그런 수식어도 없잖아.
모든 게 좌절되어 왔기에 불행했고,
앞으로 많은 것이 좌절될 텐데.
그러면 더 나는 나락으로 빠질 텐데.
거기까지 생각하니
나는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살아내려면 해내야 하는데,
그 살아내기 위해 하는 행위 중
단 하나라도 도저히 해낼 수 없었다.
할 수 없는데 살아내야 하니 너무 불안했다.
낮에는 살아내야 한다는 불안에 시달렸고,
밤에는 낮에 머리에 절여진 불안이 만든 환각에 시달려야 했다.
그 환각은 숨을 죄여올 뿐 아니라,
귀에 섬뜩한 소리를 흩뿌린 데다
을씨년스러운 기운으로 변해 내 등골을 훑었다.
간혹 환각이란 모습으로 나오던 불안은
진정한 본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그 모습은 칼의 모습과도 같았다.
내 머리로 오래 연마해 낸 아주 날카로운 칼.
가끔은 그 칼이 날 짓누르고, 긁는 듯 섬뜩하기만 하다가도,
심장을 뿌리째 뽑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멋모르고 현세에 나왔다는 죄로
밤낮을 쫓기는 듯 살아야 한다는 것이,
무조건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 폭력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중 들은 이 가사는 너무 인상적이었다.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
죽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리고 죽기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마지노선으로 잡아놓은 나이가 30살이었다.
그 결심을 한 것이 스물하나의 말미였고,
그 생각을 1년 정도 하고 살았나...
죽기 위해 8년을 무엇을 하고 살까 고민했던 내가
지금은 살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
난 그래서 지금도 좌우명이 뭐냐고 물으면
"Born to die"라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