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곳에서
보낸 줄도 모르고 보냈던 너의 유품을
예기치 못한 곳에서
아주 우연히
발견했다
버려질 원고였던
너의 원고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은
너의 글씨
나는 너의 유작을 본 순간
절대 버리지 못할 것 같아
그 자리에서 가방에 넣어버렸다
너를 본 마지막 해
그때 나에게 거리감만 느꼈던 네가
물리적으로 멀어져 버렸다
너무 아득한 곳으로
내가 대담해지지 않으면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으로
네가 아주 아득해지기
2년 전
너는 내가 죽은 꿈을 꿨다고 했다
너에게 내가 죽은 것은
그저 한 켠으로 사라질 꿈이었지만
나에게 네가 죽은 것은
세상 한 켠에도 남기고 싶지 않은
싫어도 씹어 삼켜야 할
쓰디쓴 현실이었다
나도 너처럼 꿈이었다면
그저 잊혀질 꿈이었다면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