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라질 나이
아득히 멀어보이지만
수치상으로 나름
꽤 가까운 숫자인
30
내가 사라질 지점으로
30을 정했다
당장에 사라지기엔
갚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나는 엄청난 빚쟁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부모에게 빚을 지고
크면서 부모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빚을 진다
죽어서도 포기되지 못할
거액의 빚
나도
무릇 사람들이 그렇게 되듯
그런 빚을 졌다
지고 싶지는 않았지만
두 발 딛고 서려면
그건 필수불가결적인 요소이다
앞으로 임의로 정해놓은
그 숫자까지 몇이 남았나
아직은 두 손으로 셀 수 있다
나는 무서워서
무엇인지 모를 그게 너무 무서워서
그것을 막아볼
두 손을 남기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그게 아니면
마지막 손가락이 남기 전까지라도
어서 내 마음이 바뀌기를 바랐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