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은 내가 외래 진료가 끝나면 곧바로 퇴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일과는 진료가 끝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후 6시. 외래 진료가 끝나면 곧장 병동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마냥이쁜우리맘 어머님들을 비롯해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한 명 한 명 꼼꼼하게 살핀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특이 사항이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직접 일일이 다 확인한다. 회진 과정에서 가족과 떨어져 홀로 입원해 있는 환자를 만나게 되면 무료함을 달래드리기 위해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나의 농담에 배시시 웃는 환자들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회진을 돌면서 만나게 되는 환자들의 공통된 소원은 빠른 일상 복귀다. 하루라도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 가족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환자들. 그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나 역시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일찍이 귀가할 수 있도록 더 신경 써서 케어를 진행하고, 재활치료 프로그램 역시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다각도로 꼼꼼하게 살핀다.
일일이 모든 것을 챙기다 보니, 회진 시간은 당초 예상 소요 시간을 훌쩍 넘길 때가 많다. 환자가 아무리 적은 날에도 1시간에서 1시간 반은 기본이다. 회진을 마치고, 담당 간호사들에게 당부 사항까지 전하고 나면 거리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을 때가 많다.
늘 퇴근이 늦으니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의사의 본분은 환자들을 잘 살피는 일이기에, 그들이 하루라도 더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이기에, 나의 퇴근은 계속해서 늦어질 수밖에 없다. 대신 촬영이 끝난 주말에는 아내와 아이들과 되도록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근교로 나들이도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