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마음이 녹는 순간에 관하여

by 도시 닥터 양혁재

하루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적어두는 수첩이 있다. 아무리 많아도 그 양이 한 페이지를 넘긴 적은 없었는데, 요즘은 툭하면 넘어버린다. 왜 이렇게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인지. 의사로서도, 남편으로서도, 아빠로서도, 우리맘들의 아들로서도 해야 할 일이 넘치고 넘친다.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날이면, 나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얼어붙을 때가 있다. 갑갑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매사 긍정적이만 할 것 같은 나도 이럴 땐 어쩔 수 없다.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었을 때는 말이다. 하지만, 영원히 그 상태를 유지할 것만 같은 나의 마음도 녹는 순간이 분명 있다. 그건 내가 그동안 만나왔던 어머님들과의 추억을 되짚어 볼 때다. 핸드폰 가득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보면서, 진료실 책상 위의 액자를 살피면서, 그동안 써내린 글들을 눈에 담으면서, 그렇게 몽글몽글한 추억들을 회상하면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리고 만다. 그렇게 나는 다시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으로 돌아가게 된다.


누구나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마음이 얼어붙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시리도록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이 사르르 녹는 순간도 겪어본 적이 있을 테고. 이렇게 마음이 얼어붙고 녹아내리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싶다. 얼어붙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 이건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마찬가지겠지.


한껏 얼어붙었던 마음을 어머님들과의 추억으로 녹여내고, 다시 미소를 머금는다. 오늘은 오후에 많은 수술까지 잡혀 있어 체력적 피로가 상당할 테지만, 그래도 긍정의 힘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려 본다. 나의 모든 힘을 다해서, 나의 모든 열정을 다하여, 환자들의 건강을 되찾아주기 위해 오늘도 다시 달려본다.


누구보다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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