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들을 만나기 전에 내가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헤어 세팅과 메이크업이다. 전문가의 손을 빌려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고, 엉망진창이었던 피부 결을 정돈하고, 어두웠던 피부 톤을 화사하게 밝힌다. 제멋대로 엉켜있던 눈썹도 깔끔하게 정리한다. 이른 새벽부터 머리를 하고, 메이크업까지 받는 일이 사실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또 원활한 메이크업을 위해서 전날 밤 꼼꼼하게 세안을 마친 후에 수분팩까지 붙여야 한다. 워낙 진료가 바빠, 집에 오면 쓰러지기 바쁘지만 어머님들을 만나러 가기 전날 밤에는 아무리 졸음이 쏟아져도 꼭 마스크 팩을 한다. 그래야 다음날 이른 새벽부터 메이크업을 받더라도 피부 표현이 매끄럽게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머릿결 관리도 잊지 않고 꼭 한다. 평소에는 샴푸만 하고, 대충 물기를 털어내고 흩날리는 머리칼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다니지만...촬영 전날은 예외다. 샴푸 후에 트리트먼트까지 듬뿍 머리에 발라 머릿결 관리에 온 힘을 쏟는다. 드라이기로 정성껏 머리카락을 말리고, 오일까지 공들여 바른다. 이렇게 나름대로 헤어 케어를 신경 쓰면, 다음날 담당 디자이너가 훨씬 더 수월하게 헤어 세팅을 마칠 수 있다.
이런 나의 노력을 지켜본 지인들이 종종 이렇게 묻는다. 힘들지 않냐고. 피곤하지 않냐고. 그토록 바쁜 일상에서도 어쩜 그렇게 최선을 다할 수가 있냐고. 정말 대단하다고 말이다.
그럼 난 그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어머님들을 만나는 데 이 정도 노력은 필수 아닌가?"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의사이기 이전에 아들로서 어머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 어떻게 아무 옷이나 걸치고, 엉망진창인 헤어 스타일과 칙칙한 얼굴로 나설 수 있겠는가. 그건 모자 관계가 아닌, 통상적인 인간관계에서도 무례한 행동일 터. 그걸 잘 알고 있기에 내가 좀 피곤하고, 힘들고, 번거롭더라도 더 일찍 일어나 얼굴과 머리를 꾸미는 데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라도 된 것처럼, 잘 차려 입고, 잘 정돈해서, 멋진 모습으로 어머님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어머님들이 "아이고~ 우리 아들 왔어!"라고 반갑게 내 손을 잡아주시거나 나를 끌어안아 주시면서 웃어주실 때면 이른 새벽부터 치장에 힘쓰느라 몰려왔던 피로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사라진다.
이번 주 토요일도 나는 평소보다 1~2시간 더 일찍 일어날 예정이다. 언제나 함께해 주는 전문가의 손을 빌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의사 아들로 보일 수 있도록 단장에 공들여야겠다. 이번 어머님도 그런 나를 어여쁘게 여겨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