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겨보는 유튜브 영상들의 공통 주제는 바로 '농업'이다. 논농사부터 밭농사까지. 또 특수 재배 농법에 관해서도 자주 찾아보고 있다. 새하얀 가운을 입고 진료실을 지키는 의사가 요즘 가장 관심 있는 분야가 농업이라니...의아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내가 농업에 이토록 지대한 관심을 쏟게 된 건 마냥이쁜우리맘이라는 방송을 시작하고 난 뒤부터다. 산간 오지 마을에 어머님들을 뵈러 가면, 자연스레 일을 도와드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잡초로 제대로 뽑지 못하는 아주 하찮은 실력이었지만, 이젠 누가 봐도 놀랄 정도로 숙달된 솜씨를 뽐내고 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잡초 정도는 두 눈을 감고도 구분해 뽑아낼 수 있을 정도다. 밭고랑을 갈아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고, 고추 지지대를 세우고, 비닐을 씌우고, 비료를 뿌리는 것쯤이야 이젠 식은 죽 먹기다.
그러나 여전히 미숙한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숙련된 농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탁월한 농사 실력을 소유하게 된다면, 어머님의 말씀 한 마디에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단숨에 끝낼 수 있지 않겠는가. 어머님이 그 어떠한 도움의 제스처를 취하시기도 전에 주어진 모든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앞으로도 숱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주중에는 어머님들께로 달려갈 수 없으니, 병원 근무 시간이 끝나면 홀로 영상을 찾아본다. 각종 농법부터, 그리고 조금 더 수월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들까지 연신 살핀다. 이렇게 공부를 거듭하고 있노라면, 마치 의대 진학을 꿈꾸던 그때로 돌아간 듯하다. 그때도 참...수많은 밤을 지새워가며 죽을힘을 다해 공부했었는데...정형외과 전문의가 되어 어엿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지금도 나는 또 어머님들을 위해 전력을 다해 '농업'에 대한 탐구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인생이란, 참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