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명성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다. 순천만 국가 정원부터, 습지 공원 그리고 드라마 촬영을 위한 세트장까지. 그래서 기뻤다. 새로 만날 어머님이 사시는 곳이 '순천'이라는 소식을 전달받았을 때 말이다.
서울에서 순천까지 향하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속도를 높였으나, 차로 5시간이 넘게 걸리고 말았다. 장시간 운전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됐지만, 그래도 순천만 습지 공원에 내려 끝도 없이 펼쳐진 갈대를 바라보니 피곤이 눈 녹듯 사라짐을 느꼈다. 시원한 물로 정신을 깨우고, 차에서 내려 성연 씨와 함께 습지 공원을 한참 동안 걸었다.
그곳을 거닐며, 성연 씨와 함께 모처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서로가 어떤 마음으로 우리맘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는지, 오늘 만날 어머님과는 어떤 추억을 만들지, 또 어머님들을 위해서 앞으로 더 변화되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에 관해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또 방향을 찾아나갔다. 의사 아들로서 고민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습지 공원에서의 나눴던 성연 씨와의 대화 덕분에 나도 나의 많은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은 느낌이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우린 한 시간이 훌쩍 넘도록 습지 공원을 거닐었다. 우리 두 사람 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개의치 않았다. 무더위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서로에게 아니 '우리맘 프로젝트'에게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으니까.
습지 공원에서의 의미 있었던 대화를 마무리 하고, 우린 순천 편의 주인공 춘자 어머님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에서 의사 아들과 배우 딸이 내려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실 어머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시동을 걸고 에어컨에서 시원한 바람이 미처 나오기도 전에, 핸들을 돌렸다. 양남매를 기다리실 어머님을 향해서.
그렇게 만난 춘자 어머님.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셨다. 폭염 속에서도 성연 씨와 난 어머님과 함께 아주 특별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다. 어머님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또 일손도 거들었다. 연로하신 어머님 혼자서는 결코 엄두도 내실 수 없었던 일들을 말끔하게 처리하고 집을 나서는 길...성연 씨와 나의 입가에는 싱그러운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