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덥다. 체온보다 기온이 더 높아지면서 각종 온열 질환 환자들도 속출하고 있는 요즘이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더위는 식지 않고 있다. 한반도 전체가 강력한 열기에 휩싸인 느낌이다. 맹렬한 더위 탓에 잠시 외출하는 것에도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어머님을 향한 우리의 효심은 더위도 막을 수 없다.
태양이 뜨겁게 타오르는 한 여름 날씨였지만, 성연 씨와 나는 어머님을 대신에 고추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로하신 어머님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그건 바로 고추 수확이었다. 광활한 밭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추를 어찌 무릎이 불편하신 어머님 혼자서 모두 수확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비용을 들여 사람을 쓸 형편은 못 되니 어머님께서는 익어가는 고추를 그저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보고만 계셨다고 했다.
다행히 시기적절하게 성연 씨와 내가 도착했고, 우린 어머님의 애로 사항을 듣자마자 곧바로 일복으로 갈아 입었다. 더위를 막기 위해 각종 아이템으로 무장했건만, 나와 성연 씨는 밭으로 들어간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땀범벅이 되고야 말았다. 애써 준비한 밀짚 모자 역시 특별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상황 속에서 나와 성연 씨의 얼굴은 벌겋게 익어갔지만, 우리의 열정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우리가 끝내지 않으면, 어머님이 또 애태우시다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서실 것을 알기에...
우린 열정을 불사르며, 드넓은 밭에서의 고추 수확을 완전히 끝내버렸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옷은 땀으로 흠뻑 젖고, 이마의 땀이 흘러 눈에 들어가 따가워서 어쩔 줄 몰라했지만...그 모든 역경과 고난을 딛고 '열정' 하나 만으로 우린 어머님의 미션을 완벽하게 완수한 것이다.
"미션 클리어"를 외치며 성연 씨와 나는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시면서 어머님께서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