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일은 '수박'이 아닐까. 해마다 여름에 접어들면 퇴근길에 꼭 마트에 들러 수박 한 덩이를 사서 집으로 들어가곤 했었다. 그러나 마냥이쁜우리맘을 시작한 이후, 숨 돌릴 틈 없이 바빠지면서 수박을 사러갈 물리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 점이 늘 아쉬웠는데, 이번에 마냥이쁜우리맘을 통해 만난 아버님과 오토바이를 타고 읍내 마트에서 수박을 사게 됐다. 아버님과의 읍내 데이트도 너무 설레고 즐거웠지만, 모처럼 수박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더더욱 흥이 올랐다.
사오자마자, 시원한 물에 담가뒀더니 수박이 아이스크림보다 더 차가워져 있었다. 자고로 수박은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하게 먹는 것이 아니었던가.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베어 물자, 시원함이 몰려오는 동시에 달큰한 맛이 혀를 사로잡았다. 사탕을 족히 100개는 단 번에 먹은 것처럼, 나의 혀를 사로잡는 달콤함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수박의 달콤함이 모든 피로를 녹여주었다. 성연 씨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은 듯했다. 우리 두 사람은 커다란 수박 한 통을 삽시간에 형체도 없게 만들어 버렸다. 먹고, 또 먹고. 특히 난 잠시도 쉬지 않고 입을 우물거리며 수박을 먹어치웠다. 혹시나 탈이 날 수 있으니 천천히 먹으라는 어머님의 조언에도, 도무지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끝을 보고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난 나와 성연 씨. 우리는 한여름의 수박 먹방 탓에 부풀어 오른 배를 가볍게 두들기며, 서로를 향해 만족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버님과 함께 사와서, 더욱더 달게 느껴졌던 수박.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데 둘러 앉아 함께 먹어서 더욱 맛있게 느껴졌던 수박. 서서히 여름은 끝나지만, 그 날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던 달큰한 수박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