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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Sep 04. 2023

어머님을 위한 일일 요리사

부족한 솜씨지만 어머님을 위한 일일 요리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아직 성연 씨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수준이지만 장어를 굽는 일 정도는 나 혼자서도 수월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깨끗하게 손질한 장어를 석쇠 위에 올렸다. 화력이 좋아서 장어는 금세 익어갔다. 조금이라도 빨리 어머님께 장어를 대접해 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이윽고 장어가 완성됐다. 어머님께서는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장어를 보고 활짝 웃으셨다. 여름철 떨어진 어머님의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장어 구이. 어머님은 아들이 고생해서 구운 장어를 어떻게 먹냐고 말씀하시면서도, 내가 권하자 맛있게 드셔주셨다. 


맛있게 드시는 어머님의 모습에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졌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 어머님께서 맛있게 드시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양이 많아서 나와 성연 씨도 함께 배불리 먹었다. 모두가 부른 배를 움켜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그날따라 유난히 하늘이 더 맑았다. 유유히 하늘 위를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어머님과 나는 그렇게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장어를 드신 어머님은 한층 더 기력이 좋아 보이셨다. 처음 만나 뵀을 때보다 목소리 톤도 더 높아지셨고, 에너지도 넘쳐 보이셨다.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뜨거운 불에 맞서가며 열심히 장어를 구운 보람이 있었다. 어머님이 치료를 잘 받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시는 날, 그날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어머님께 든든한 보양식을 차려드리고 싶다. 장어까지는 어렵더라도, 삼계탕 정도는 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어머님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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