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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Sep 26. 2023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늘은

아내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주차장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창문으로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에 깜짝 놀라 하늘을 보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길에 자칫 잘못 속도를 냈다간 큰 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 오늘은 특별히 더 천천히 차를 몰았다. 다행히 평소보다 30분 이르게 나선 터라, 진료 시작 시간까지는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비가 오니 차가 많이 막혔다. 차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겠다 싶어 오랜만에 라디오를 틀고 볼륨을 높였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양희은 가수의 '엄마가 딸에게'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 아이일줄만 알았든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 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 가수 양희은 님의 '엄마가 딸에게' 中


빗소리와 함께 차 안에 울려 펴지는 노래를 들으며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다 보니, 어머님들이 떠올랐다. 당신의 젊음을 헌납하고, 자식들을 위해 희생했던 우리네 어머님들 말이다. 꽃다운 청춘을 모두 바쳐, 그저 자식들이 당신들의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애써 오신 우리네 어머님들. 어머님들을 떠올리니, 자꾸 눈시울이 붉어졌다. 


젊은 날, 희고 고왔던 피부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완전히 검게 변해 버렸고, 어느덧 백발 성성한 노인이 되어버린 우리네 어머님들. 혹여 자식들에게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홀로 모든 통증을 끌어안고 참아내신 어머님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눈시울이 붉어지다 못해, 결국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흥건해진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휘몰아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10분쯤 흘렀을까. 

나는 겨우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늦지 않고 진료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책상에 가지런히 놓인 어머님들의 사진을 일일이 살폈다. 그리고, 그 무한한 사랑과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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