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전국적으로 한파 특보가 발효됐다. 한낮에도 종일 체감 온도가 영하권에 머물렀으며, 중부 지방에는 눈까지 펑펑 쏟아졌다. 서울에서 어머님 댁으로 향하는 길, 차 내부의 공기를 데우기 위해 계속해서 히터를 틀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얼마나 춥던지. 급한 대로 핫팩이라도 뜯어 손을 데우며 어머님이 계신 곳을 향해 계속해서 달려갔다.
도착하고 보니, 훨씬 더 기온이 낮았다. 두툼한 패딩과 목도리로 중무장을 했음에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추위 앞에 무너질 순 없는 법. 핫팩을 옷 여기저기 찔러 넣고 어머님께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어머님께서는 맹추위를 뚫고 서울에서 달려온 날 무척이나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어머님의 환대를 받으며 난 빠르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파악했다. 산더미같이 쌓인 어머님의 일손을 거들어드렸고, 또 특별한 이벤트도 열어드렸다.
생전 이런 이벤트는 처음 받아보신다는 어머님. 함께하는 아버님도 전에 없는 애정 표현을 어머님께 하실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그렇게 우린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어 마시고,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온 가족이 함께 추위를 이겨냈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어머님의 표정은 자꾸 밝아지셨다. '하하 호호' 크게 웃으시기도 하고, 또 나와 성연 씨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시며 손뼉을 치기도 하셨다. 어머님과의 대화는 좀처럼 끝날 줄 몰랐고, 결국 밤이 깊어서야 난 다시 서울로 돌아올 채비를 할 수 있었다.
서울에 도착하니 이미 자정이 넘어있었다. 밤이 깊어지니 기온이 훨씬 더 떨어져 있었다. 살을 파고드는 매서운 추위였지만, 그래도 마냥이쁜우리맘 어머님과 시간을 보내고 와서일까. 이 정도 추위쯤은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자꾸 샘솟았다.
결국 돌아온 월요일, 여전히 한파가 기승을 부리며 차 유리까지 꽁꽁 얼어버린 상황임에도 난 어머님이 주신 온기를 안은 채로 매서운 추위를 뚫고 무사히 병원으로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