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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Dec 19. 2023

가족간의 따뜻한 '정'을 나누며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마음만은 따뜻한 주말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떼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눈이 쏟아졌으나, 눈발을 뚫고 어머님 댁으로 향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나와 성연 씨를 얼마나 반겨주시는지, 혹시나 눈이 많이 내려 우리가 내려오지 못할까 봐 무척 걱정하셨다는 어머님. 어머님은 우리를 만나자마자, 껑충껑충 뛰시며 좋아하셨다. 어머님의 환대에서 난 어디서도 쉬이 찾아볼 수 없는 따뜻한 '정'을 느꼈다.


마당에서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와 성연 씨의 외투에 눈이 소복이 쌓였다. 내가 그냥 훌훌 털어버려도 되는데, 어머님은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손수 눈을 털어주셨다. 깜짝 놀란 내가 어머님 눈을 털어내느라 냉기가 감도는 어머님의 손을 잡았다. 한참 동안 어머님의 손을 부여잡고 나의 온기를 나눠드렸다. 그리고 장갑까지 벗어드렸다. 간신히 전한 온기가 어머님의 손을 벗어나지 않도록. 내가 장갑을 벗어드리니, 어머님은 한사코 당신은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셨다. 그러자 내가 '어머님 손이 따뜻해야 아들 마음이 편해요'라고 냉큼 말씀드리니 쑥스러워하시며 나의 장갑을 받아주셨다. 


한 번 내리기 시작한 눈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비록 예상했던 것보다 눈이 훨씬 많이 내려 계획했던 것을 모두 다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어머님과 오붓한 시간도 보내고 원기를 보강할 영양 만점 음식들도 대접해 드렸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웃으시는 어머님의 모습에, 나 역시 한주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모두 소진했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어머님께서 병원으로 오실 것이다. 어머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나도 어머님께서 병원에 도착하시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따뜻하게 반겨드려야겠다. 그리고 손을 꼭 잡아드려야지. 그때 그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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