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 닥터 양혁재 Dec 26. 2023

지난 크리스마스에 만났던 아주 특별한 어머님의 이야기

지난 크리스마스 때, 보령 삽시도에 살고 계시는 귀자 어머님을 찾아뵙고 함께 달콤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더랬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적막했던 어머님의 집을 크리스마스 트리와 여러 가지 장식들로 가득 채웠다. 신나는 캐럴을 들으며, 함께 어울려 신명나게 춤을 추기도 했다. 남편과의 불화, 어려운 경제적 상황 탓에 늘 울상이었던 어머님께서도 그간의 근심과 걱정은 모두 떨쳐버리시고 활짝 웃으셨다. 그렇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3일 뒤에, 어머님께서는 내게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오셨다. 


어머님께서는 연세에 비해 무릎 상태가 무척 안 좋으셨다. 다리가 휘어지기도 한 상황. 나는 곧바로 인공관절수술을 결정했고, 이튿날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워낙 상태가 심각하셔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수술은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술 후 3일쯤 지났을 때 어머님은 홀로 걷기 시작하셨다. 전에는 꿈도 꿔볼 수 없었던 반듯한 걸음 걸이를 보고, 어머님은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늘 무언가에 의지하거나, 차에 의존하셨던 어머님은 이제 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홀로 반듯하게 걸으실 수 있게된 것. 이토록 놀라운 변화에 어머님은 내게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건네셨다. 


계속해서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시는 어머님께 나는 활짝 웃으며 "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귀자 어머니의 상황에서 인공관절수술만큼 큰 선물이 어디 있었겠는가. 내가 선물해 드린 수술 덕분에 이제 어머님은 자유를 찾아 훨훨 날아다니실 수 있게 됐다.


그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수술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귀자 어머님을 만나고 있다. 어머님께서는 매번 뵐 때 마다 상태가 좋아지신다. 매일 운동도 열심히 하신 덕분일까. 호전 속도가 남다르다. 이젠 등산도 거뜬히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어머님. 어머님의 미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난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가족간의 따뜻한 '정'을 나누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