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났던 어머님께서는 매일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고 하셨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되질 않아 그 연유를 여쭈었다. 그러자 어머님께서는 조심스럽게 그 이유를 밝히셨다.
"내가 걸음걸이가 이상하잖아. 혼자서는 잘 걷지도 못하고. 이게 너무 부끄럽더라고. 남이 보면 얼마나 흉을 볼까 싶어서. 그래서 되도록 밤에만 외출하고, 운동하고 있어. 낮에는 사람들의 눈이 많으니까. 다들 집에 들어가서 잠들 준비를 하는 밤 시간대가 내겐 주된 활동 시간인 셈이지."
어머님의 사연을 들으니 가슴 아팠다. 게다가 밤에 운동하시다가 넘어지신 적도 많다고 하셨다. 우선 치료를 해드리는 것만큼이나, 어머님께서 밤에 운동하실 때 넘어지시지 않도록 마당에 전등을 설치해 드리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했다. 그래서 우선 급하게 전등부터 설치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전등을 설치하려니, 과정이 몹시 까다로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한 겨울에도 땀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고생한 끝에 어머님께 멋진 전등을 선물해 드릴 수 있었다. 새롭게 설치한 전등의 불을 밝히는 순간, 어머님께서는 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하셨다.
이제 더는 어머님께서 밤에 운동하시다가, 넘어지시지 않기를.
넘어져 아파하시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