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허름한 창고를 가득 메우고 있었던 다 쓴 연탄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치우고 싶지만, 성치 않은 몸으로 직접 치울 수 없었던 어머님. 손녀딸이 고사리 손으로 하나씩 날라보지만, 작고 연약한 아이가 그 많은 연탄을 홀로 치울 수는 없는 노릇. 어머님의 하소연을 듣자마자, 난 곧바로 창고로 향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연탄의 양은 훨씬 많았다. 그러나 망설일 시간 없이 곧바로 목장갑을 끼고, 연탄을 나르기 시작했다.
하나씩 하나씩 옮기다 보니 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계속해서 땀이 흐르는 걸 본 어머님께서 재빨리 다가오셔서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내 주셨다. 그렇게 집중해서 일하다 보니, 어느새 폐연탄으로 가득했던 어머님의 창고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이젠 창고가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몰라보도록 깨끗해진 창고에 어머님의 입가엔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손녀딸도 마찬가지. 그동안 아픈 할머니를 대신해 홀로 폐연탄을 치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작고 여린 아이가 홀로 이 일을 감당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저렸다. 내가 한바탕 깨끗하게 치웠으니, 이제 당분간은 좀 덜 힘들지 않겠는가. 부디 어머님이 편히 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