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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Jan 15. 2024

마음을 나눈다는 일

갑작스러운 둘째 아들의 이혼으로 홀로 남겨지게 된 손녀딸을 지극히 키우시던 어머님이 있었다. 당신도 몸이 성치 않은 상황에서, 고작 8개월 된 손녀 딸을 14살이 될 때까지 어찌나 정성스럽게 키워내셨는지. 처음에 사연을 전달받고 많이 걱정했었는데,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손녀 딸은 또래들보다 훨씬 해맑고 싱그러웠으며, 예의도 발랐다. 나를 처음 본 순간, 낯선 이의 등장으로 많이 놀랐을 텐데도 어찌나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던지···.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하자 손녀딸은 할머니를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직 14살에 불과한 어린아이가,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커도 너무 커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어쩜 저렇게 바르게 자랐을까. 모난 구석 하나 없이 착하게 자라난 손녀 딸을 바라보며, 그간 어머님이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그리고 얼마나 노력하셨을지...그 모습들이 고스란히 그려졌다.  


부모의 갑작스러운 이혼으로 어머님 외에는 다른 가족들과의 추억이 많이 없었던 아이. 비록 짧은 하루지만, 난 아이에게 삼촌으로서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었다. 옆에 앉아 아이의 고민도 들어주고, 또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했으며,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나눠먹기도 했다. 촬영 중간중간 짬이 날 때마다 아이의 옆으로 가서 내가 평소 아들에게 가끔 해주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 사이 우린 훨씬 더 가까워졌다. 나중엔 함께 아이돌 노래에 맞춰 춤까지 췄다. 어설픈 몸놀림이었지만, 그래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춤을 추고, 그 순간을 즐겼다. 


촬영이 마무리되고, 내가 다시 서울로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는 무척 아쉬워하는 듯했다. 떠나는 나를 향해 우리 꼭 다시 만나자고 말하던 아이. 서울로 돌아와, 다시 병원으로 복귀한 후에도 자꾸 아이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잘 지내고 있을까? 혹시 아픈 데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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