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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Jan 24. 2024

박남순 어머님의 새로운 삶을 위해서

사고로 손을 잃은 어머님께 '의수'를 선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갔던 쌀 엿 공장에서 일순간의 사고로 오른쪽 손을 잃게 된 박남순 어머님의 이야기 기억하시죠? 얼마 전 '내가 끝내 울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라는 제목으로 박남순 어머님의 이야기를 올렸었죠. 그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쳤는데요. 어머님의 사연이 워낙 안타까웠기 때문이죠.


마냥이쁜우리맘 86화 방송을 보면서도, 계속해서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사실 사고로 오른쪽 손을 잃게 된 어머님이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불편하신지, 남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뭐든 혼자 하시기 위해 얼마나 아등바등하고 계신 지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영상을 통해 어머님의 일상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아무리 참으려 애써봐도 계속해서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마냥이쁜우리맘 86화 방송 中


방송이 모두 끝난 후, 깊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아들인 제가 박남순 어머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요.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제가 의사이니 당연히 해 드리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어머님을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건 오른쪽 손의 부재니까요. 그래서 그 부분을 제가 해결해 드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의수의 도움을 받는다면 적어도 어머님이 지금보단 훨씬 더 수월하게 일상생활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의수 제작 업체 담당자님이 박남순 어머님의 의수 제작을 위해 석고 본을 뜨고 있는 장면


야심한 시각이었지만, 결심이 섰으니 곧바로 의수 제작 업체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어머님을 한 번 보러와 주십사 부탁했죠. 제 연락을 받은 업체 담당자님께서는 참 감사하게도 다음날 낡이 밝자마자 다른 일을 마다하고 저희 병원으로 달려와주셨습니다. 


의사 아들이 의수를 선물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어머님께서는 참 많이 우셨습니다. 인공관절수술을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어떻게 의수까지 해줄 생각을 했냐고. 이 빚을 당신은 무엇으로 갚아야 하냐며 미안해하셨습니다. 연신 미안해하시는 어머님의 손을 꼭 잡아드렸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건 아들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라고. 부담 가지실 필요 전혀 없이 그냥 받으시면 된다고. 


그러자 어머님은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사실 손을 다치고 난 직후, 의수를 맞추셨었다고 했습니다. 근데 워낙 무거워서 사용할 때마다 어깨가 많이 아프셨대요. 또 내구성도 많이 약해서 오랫동안 착용할 수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마냥이쁜우리맘 86화 박남순 어머님 그리고 성연 씨와 함께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더더욱 의수를 선물하기로 한 일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맞춘 의수는 비교적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여 어깨에 부담도 주지 않는 데다가, 내구성까지 튼튼하니까요. 어머님께서 부담 없이 오랫동안 사용하실 수 있을 정도로요. 


어머님과의 대화를 끝마치고, 개인적으로 의수 제작 담당자님을 만나 재차 부탁드렸습니다. 어머님께서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는 좋은 의수를 만들어주셨으면 한다고요. 담당자님께서는 반드시 그러겠노라 약속하셨고, 어머님의 의수 제작을 위해 석고 본까지 꼼꼼하게 뜨고 가셨습니다. 사이즈 측정도 빠르게 끝내셨고요. 


이제 4주 뒤면 세상 단 하나뿐인, 박남순 어머님만을 위한 의수가 도착하게 됩니다. 새로운 의수를 착용하고, 한결 편하게 생활하실 어머님의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어머님도 떨린다고 하시더라고요. 하루빨리 의수 제작이 마무리되어, 어머님께 직접 끼워드리고 싶습니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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