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 닥터 양혁재 Apr 30. 2024

더욱 단단해지는 마음

이른 아침이었다. 서둘러 환복을 마치고 병실로 올라갔다. 5병동부터 7병동까지. 총 3개의 병동을 돌며, 환자분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7병동부터 6병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5병동의 환자분들을 만날 차례였다. 509호에 들어가니, 내게 줄기세포이식술을 받았던 이창수 님이 활짝 웃으며 반겨주셨다. 이튿날 퇴원을 앞두고 계신 이창수 님께서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내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하셨다. 


살펴봐야 할 환자분들이 워낙 많아 일정이 빠듯했지만, 잠깐 자리를 잡고 앉기로 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이창수 님께서는 내 손을 꼭 잡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원장님, 제가요. 이 줄기세포이식술을 받기 전엔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몰라요. 무릎이 많이 아프니까 걷는 것도 신통치 않았고, 일할 때도 죽을 맛이더라고요. 절뚝이며 걸으니까 주변 사람들 시선도 많이 신경 쓰였고요. 그런데 이 시술을 받고 나니까 그런 고민들이 싹 사라졌어요. 마치 제가 한 마리 나비가 된 느낌이더라고요. 사뿐사뿐 걸을 수 있게 됐어요. 밤에도 통증이 없더라고요. 참 신기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원장님께 반대쪽 다리 시술까지 맡기게 됐는데요. 결과가 아주 좋은 것 같아서 좋아요. 다리가 쑥쑥 잘 올라가요."


이창수 님께서는 본인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곧장 벌떡 일어나셔서 나를 안아주셨다.

포옹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에 저절로 마음이 녹아내렸다. 


이런 환자분들을 만나면 흔들렸던 마음이 단단해진다. 의사로서 더 많은 환자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을 치료해 드려서,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진다.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의사가 되고 싶어진다. 

그래서 자꾸 마음을 단단히 먹게 된다. 

더 나은 의사가 되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테니까.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말레이시아에서 찾아온 특별한 손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