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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Apr 30. 2024

서서히 다가서는 마음

마냥이쁜우리맘 어머님들을 처음 만날 때는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기쁨'과 '두려움' 


아들로서 어머님을 처음 만나는 것은 너무나도 기쁜 일이지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혹시 내가 섣부르게 다가섰다간 어머님이 더 상처받진 않을까라는 걱정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상처투성이였던 어머님의 마음이 의사 아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더 멍들지는 않을까라는 염려에 두려운 것이다. 


간혹 유난히 사연이 많은 어머님들을 찾아뵐 때면 더욱더 조심히 다가간다. 어머님이 내게 마음의 문을 여실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리고 어머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그럼 참 신기하게도, 마음의 빗장을 굳건히 닫아두었던 어머님들도 이내 빗장을 풀고 나를 향해 성큼 다가와 주신다. 


그 순간부터 나의 효도는 시작된다. 어머님께 한층 더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또 아픈 곳을 꼼꼼하게 살펴드린다. 병원으로 모시고 와서 치료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해 드린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 보이는 어머님일수록, 가슴 속 상처가 깊은 법.

조바심이 생겨도 참고 또 참으며, 어머님을 향해 서서히 다가간다. 


그렇게 의사 아들과 어머님들의 인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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