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아들이 기획한 특별한 데이트

by 도시 닥터 양혁재

마냥이쁜우리맘 프로젝트를 통해 경남 산청에 살고 계시는 재순 어머님을 만나게 됐다. 어머님은 마치 도토리처럼 체구가 아주 작으셨다. 아침부터 밤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셔서일까. 일전에 사진으로 뵀던 어머님의 모습보다 훨씬 더 왜소해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어머니는 유난히 고달픈 시집 살이를 했다고 하셨다. 고된 시집 살이를 겪으면서도 재순 어머님은 생계를 위해 단 하루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다고 한다. 결국 어머니는 60대에 심장에 5개의 관을 심는 대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나빠지셨다.


다행히 심장 수술은 잘 끝났지만, 이젠 무릎이 문제였다. '세월 속에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 심장뿐만 아니라 무릎에도 무리가 가고 있었던 것. 실제로 어머님을 찾아뵙고 무릎을 살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자세한 것은 MRI 검사를 진행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씀하시는 증상들로 미루어 보아 퇴행성관절염 진행 정도가 이미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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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어머님의 무릎 상태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고, 농사일에 파묻혀 사느라 제대로 된 나들이 한번 가기 어려웠다는 어머님과 아버님을 위해 유명한 억새 군락지인 '황매산'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가는 소풍인데 그냥 가기는 아쉬워 두 분을 위한 멋진 선글라스와 페도라, 스카프를 준비했다. 두 분은 선물을 받고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성연 씨와 나도 집에서부터 미리 준비해온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두 분과 함께 황매산 구경에 나섰다.


황매산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억새 군락지라는 것을 일전에 영상으로 접한 적이 있었는데, 직접 두 눈으로 보니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갈대가 일렁이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더더없이 행복했다. 무릎이 아프신 어머님이 혹여나 힘드실까 봐, 열심히 부축을 했고 다행히 목표한 지점까지 이르러 단란한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재순 어머님은 황매산을 구경하는 내내 싱글벙글 웃으셨다. 오랜만에 나들이가 좋으셨던 데다가, 의사 아들과 함께 멋진 페도라와 스카프를 두르고 함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어 더 좋으셨다고 한다. 아버님도 어머님이 이렇게 웃으시는 모습은 처음 보셨다며, 덩달아 좋아하셨다. 일평생을 자식을 위해 헌신해 오셨던 두 분께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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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나들이가 끝난 후, 어머님 아버님의 일손을 거들어 드리고 집을 나섰다. 바람이 차가우니 집에 계시라고 한사코 만류를 했는데도 두분은 마을 어귀까지 따라 나오셔서 배웅을 해주셨다. 아쉬운 마음에 쉬이 집으로 발걸음하시지 못하는 두분께 곧 병원에서 만나자며 인사를 건넸다. 그제야 흔들던 손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나도 모르게 활짝 웃었다. 그리고 빌었다. 두분이 이제는 일을 좀 줄이시고, 사진 속 두분처럼 행복하고 평안하시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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