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자라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각자 자신만의 속도가 있는 법인데, 꼭 세상의 속도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천에서 만났던 순영 어머님 부부도 그러했다.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가는 분들이었다.
재혼 가정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두 분은 주눅 들지 않고 자신들의 속도에 맞춰 나아갔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그 기간 동안, 차마 말 못 할 어려움이 왜 없었을까. 아마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만큼의 큰 어려움이 연이어 닥쳤을 것이다. 하지만 두 분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천천히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고, 끝내 새로운 가정을 이룰 수 있었다.
많이 늦었지만,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멋진 정장을 걸치고 앞으로 평생 함께할 것을 맹세하는 두 분을 바라보며 남몰래 많이 울었다. 아무리 닦아내도, 자꾸만 눈물이 쏟아졌다. 그건 성연 씨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님과 아버님.
돌고 돌아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두 분이 오랫동안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남은 생에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원 없이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신다면 아들로서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