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든든한 아들이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

by 도시 닥터 양혁재

마냥이쁜우리맘을 시작하고 나서 정말 많은 어머님들을 만났다. 지금까지 거의 서른 명이 훌쩍 넘는 어머님들을 만나오며 나도 많이 달라졌다. 일평생을 대도시, 서울에서만 살아왔기에 농사 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어느새 어떤 일이든 척척해내는 프로 농사꾼이 되었다. 이젠 무성한 잡초를 뽑아내는 일도, 배추를 다듬어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묻혀 김치를 만드는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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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어떤 것이 잡초인지 구분하지 못해 당황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장화를 신고 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아버님이 겨우 구해주시기도 한 적도 있다. 그렇게 서툴렀던 내가 서른 명이 넘는 어머님을 찾아뵙고 농번기 일손을 도우며 달라졌다. 이젠 어머님들이 "밭에서 이것 좀 해야 되는데~아들"이라고 하시면 정확하게 지시하시지 않아도 눈치껏 척척해내는 수준이 됐다. 김 매는 것은 기본이고, 이젠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노후된 집을 고치고, 장작을 패고, 김치를 담그는 것까지 깔끔하게 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여러 어머님들을 만나 뵈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하고, 잘 해드리려고 애를 쓴 것은 언제나 든든한 아들이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픈 곳만 치료해 드리는 것이 아닌, 언제나 무엇이든 부탁할 수 있고 힘들고 지칠 땐 기댈 수 있는 그런 아들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부단히 노력해왔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어머님들은 그런 내 노력을 알아주시고, 언제나 내게 의지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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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접어들며 농한기가 찾아왔다. 어머님들 말씀에 따르면 추수가 끝난 11월부터 4월까지가 농한기로 하는데, 이 시기에도 여전히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집안 곳곳을 보수해야 하고, 김장도 해야 하는 등 허리 펼 새 없이 일하기 바쁜 어머님들도 많다.


나 역시 이번 겨울 서너 번이나 어머님들을 도와 김장을 했다. 허리가 아프신 어머님을 대신해 배추를 뽑고, 양념을 버무리고, 또 강가로 나가 절인 배추를 깨끗하게 씻는 작업까지. 김장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연례 행사인만큼 어머님들의 피로도가 상당한데, 그래도 이미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는 내가 손을 보탠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수월하고 빠르게 김장을 끝낼 수 있었다. 어머님들께서는 그런 내게 겨우내 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김치를 챙겨주셨고, 덕분에 이번 겨울에는 걱정 없이 김치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다.


트렁크가 닫기지 않을 만큼 상당한 양의 김치를 챙겨주시면서도 "이렇게 도와준 고마움을 내가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네"라고 말씀하시는 마냥이쁜우리맘 어머님들. 그런 어머님들의 손을 꼭 잡아드리며 늘 말씀드린다. 그저 건강하시기만 하면 된다고. 수술 잘 받으시고 앞으로 남은 삶, 그저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시면 그걸로 아들은 더 바랄 게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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