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찬란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by 도시 닥터 양혁재

이렇게 사연이 많은 어머님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마냥이쁜우리맘을 통해 만나뵈었던 어머님들 중에 가장 연세가 적은 편이셨지만, 사연만큼은 다른 어머님들보다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어머님은 도무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한 많은 세월을 살아오셨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봤던 남편. 그런 남편과 이혼하고, 평생 갖은 고생을 해가며 자식들을 홀로 키워냈으나, 그놈의 정이 무엇인지 결국 돌아온 남편을 용서해 주고 병으로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모두 함께 했다는 어머님. 이젠 떠나간 남편이 그저 하늘에 가서 잘 살길 바랄 뿐이라는 어머님의 말씀에 가슴이 미어졌다.


모진 세월을 겪어서일까. 어머님의 몸 상태는 말이 아니셨다. 왜 아니 그러하겠는가. 다른 이를 바라보며 떠나간 남편을 대신해 한평생을 닥치는 대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왔으니까. 한눈에 봐도 관절염이 심하게 진행된 듯 보였다. 홀로 일어서는 것도 쉽지 않고, 쪼그려 앉는 동작도 전혀 못하셨다. 또 왼쪽 무릎뼈끼리 맞닿은 것인지 뼈가 상당 수준 변형되어 옆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진통제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어머님의 상태에 성연 씨도 몹시 놀란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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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도 어머님은 애써 밝게 웃으시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나는 그 모습이 더 슬프게 느껴졌다. 어머님을 진심으로 웃게 해드리고 싶었다. 방법을 고심하다가 마침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조촐하게 파티를 해드리기로 했다. 성연 씨와 함께 준비해 온 재료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기 시작했다. 산타 모양 장식들을 걸고 반짝이는 전구까지 한 바퀴 둘러주었다. 그리고 서울에서부터 챙겨왔던 눈 스프레이를 잔뜩 뿌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머님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아하셨다. 더군다나 직접 작성한 편지까지 전해드리니 "세상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말씀하시며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하셨다. 억지 웃음이 나닌, 마음에서 우러나와 정말 행복해서 짓는 웃음. 어머님의 진실한 웃음을 보니 나와 성연 씨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님은 오늘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고 하셨다. 앞으로 또다시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오늘을 떠올리면 아무리 힘든 순간도 금세 털어버릴 수 있으실 것 같다고. 어둡고 우울했던 당신의 삶에 이렇게 효심 깊고, 착하고 멋진 아들이 등장해 주어 고맙다고 거듭 힘주어 말씀하셨다. 그런 어머님을 꼭 안아드리며 나와 성연 씨는 사랑을 가득 담아 인사를 건넸다.


"귀자 어머님, Merrty Christmas! 행복한 성탄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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