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나서기 전 꼭 하는 일

by 도시 닥터 양혁재

모든 진료를 끝내고, 병원을 나서기 전에는 꼭 마냥이쁜우리맘 어머님들이 입원해 계시는 병실에 들러 어머님의 상태를 확인한다. 하루 동안 어디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 외롭지는 않으셨는지, 반드시 직접 병실로 찾아뵙고 세심하게 살핀다. 물론, 병동의 간호사님들께서 워낙 꼼꼼하게 살펴주시지만, 그래도 어머님들을 뵙고 하루를 마무리해야 마음이 편하기에 어김없이 병동으로 향한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머님들은 아들 왔냐며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어머님들께서는 나를 보자마자, 저녁을 먹었는지 물어보시기 바쁘다. 이제 막 외래 진료를 끝내고 달려온 터라 저녁을 먹을 시간이 없지만 어머님들께는 방금 전에 먹고 왔다며 거짓을 고한다.

혹여나 먹지 않았다고 하면, 회복이 필요하신 상황에도 배고픈 아들 무엇이라도 주려고 냉장고로 달려가시기 바쁘니 말이다. 저녁을 먹고 왔다고 말씀드리면, 못내 아쉬우신지 어머님들께서는 귤이나, 과자, 두유 같은 것을 손에 꼭 쥐여주신다.


"아들, 아픈 사람들 치료해 주려면 밥을 든든히 잘 먹어야 돼"라고 말씀하시면서.


KakaoTalk_20221226_141919542.jpg ▲ 마냥이쁜우리맘 29화 - 오재순 어머님


어머님들은 대부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버님 혹은 자녀분과 같이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 생업 때문에 어머님 혼자 오롯이 치료 기간 동안 병원에 머무신다. 늘 붙어있던 가족도 없이 홀로 입원실을 지키고 있으니 많이 심심하셨던 어머님들은 내가 가면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몽땅 털어놓고는 하신다.


오늘 아침에는 어떤 음식이 나왔고, 간식으로는 무엇을 먹었으며, TV에서는 어떤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불렀는지, 자주 챙겨보시는 일일 드라마의 다음 예고편을 요약해서 알려주시기도 하신다. 어떤 어머님은 마냥이쁜우리맘 본방송까지 챙겨보시며, 리뷰까지 전해주신다. 아들이 왔다고 좋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놓으시는 어머님들을 보면 도무지 빨리 병실을 나설 수가 없다. 그렇게 한참을 어머님들 곁에 앉아 손도 잡아드리고, 이야기도 들어드리다 보면 어느덧 밖이 컴컴해져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고 달리면서 오늘 하루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마냥이쁜우리맘 어머님들과 함께한 시간이 생각난다. 어머님들과 함께 수다를 떨고, 의사이자 아들로서 시간을 보내는 일처럼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비록 퇴근 시간은 자꾸 늦어지고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만은 충만하니 나는 어김없이 매일 진료가 끝나고 어머님 병실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 언제까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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