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환자에게 편지를 받는다는 건 정말 뜻깊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문자로 연락하는 요즘 시대에서 조금 더 인상적이고 특별한 느낌을 준다. 정형외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환자분께 편지를 받은 적은 손에 꼽는다. 물론, 받은 편지를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내 서랍 한쪽에는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의 편지들이 놓여있다. 가끔 시간이 날 때면 펼쳐보는 재미가 있다.
그 중, <마냥이쁜우리맘> 어머님께 받은 편지도 있는데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글씨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간질거린다. 김해에서 만난 복순 어머님은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몸을 혹사하셨다고 한다. 잠깐이라도 그 슬픔을 잊으려고 일부러 일에만 매진한 결과 어머님의 몸은 처참하게 망가지고 말았다. 무릎에는 뜸으로 인한 화상이 어머님의 통증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복순 어머님껜 단짝 친구들이 있다. 미용실도 함께 가고, 옷도 같은 곳에서 사는 그런 단짝 친구가 둘이나 있다. 두 달에 한 번 삼총사는 시내 나들이를 하러 간다고 한다. 부쩍 느려진 발걸음을 재촉하며 걸어도 먼저 가는 친구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와 성연 씨는 어머님의 상처 가득한 몸과 마음을 포옹으로 감쌌다. 아픈 곳을 어루만지듯 나와 성연 씨 덕분에 시끌벅적한 집이 마음에 들었던 어머님은 그 순간만큼은 행복한 듯 보이셨다. 하지만, 동시에 혼자 계시다 보면 불쑥 그리움이 고개를 내밀까 걱정이었다.
어머님은 헤어지기 전 몰래 쓴 편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나와 성연 씨 손에 쥐여주셨다. 편지를 펼치자, 어머님의 사랑이 눌러 담겨 있었다. 선명하게 쓰여있는 고맙다는 말을 읽고 또 읽었다. 종종 생각이 날 때면 서랍에서 꺼내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