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침엔 반팔을 입기엔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날씨지만, 어느새 도심 곳곳에는 꽃봉오리들이 얼굴을 내밀며 봄을 알리고 있다. 봄기운이 느껴질 때면 많은 이들이 바깥 공기를 맞으며 산책을 즐기곤 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서도 완연한 봄날을 만끽하고자 산책하시는 분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는 가운데 무릎의 고통으로 인해 지난 수년간 걷는 기쁨을 잊은 채 살아온 이들도 있다. 이분들에게 봄이란 얼마나 기다려온 계절이었을까. 여름과 겨울은 특히 관절염이 있는 분들에겐 가혹한 계절이다. 장마와 매서운 추위로 무릎 통증을 악화하기 때문이다.
한겨울 한파는 근육과 인대를 굳게 만들어 무릎 움직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여름철에는 장마로 인한 기압 저하고 관절이 욱신거리는 날들이 대부분이다. 몇 년 전, <마냥이쁜우리맘>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도 양평에 거주하시는 숙의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도 저 새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어요."
치매로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는 남편을 보살피며 아픈 다리로 생활하고 있는 숙의 어머님. 공공근로가 아니면 외출조차 힘들어 집에서 혼잣말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자신보다 체구도 크고 무거운 남편을 부축해 목욕을 돕고, 식사를 두 번이나 챙기는 어머님의 일상. 남편을 돌보다 보면 기력을 다해 몸 가누기조차 힘겹다. 설상가상으로 성악가의 꿈을 키워온 장남은 신장 질환에 최근 대상포진을 겪으면서 생사의 갈림길을 겨우 넘겼다고 한다. 그렇게 성악가의 꿈을 내려놓아야 했던 큰아들이 안타까운 숙의 어머님은 마음이 막막할 때면 강가로 산책하러 나가신다고.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의 탓인 것 같아 홀로 이 슬픔을 강물에 흘려보내곤 한다.
이번 봄에는 새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할 수 있길 바라며 어떤 근심과 걱정 없이 완연한 봄을 만끽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