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유난히 부드럽게 내리던 어느 토요일 새벽.
좁고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작은 마을 입구에 다다랐다.
마을회관 옆 감나무에는 아직 초록빛으로 빛나는 새싹 같은 감들이
단단하게 매달려 있었다.
허리가 굽은 어머님은 반갑게 맞아주시며
땀이 맺힌 얼굴로 따뜻하게 미소 지어 주셨다.
가장 예쁜 잔을 골라 시원한 음료를 따라주시는 어머님.
환영한다는 말은 언제나 "밥은 먹었니?"라는 말로 시작한다.
조용히 앉아 함께 갓 따온 채소를 손질하고,
집안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다.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여유와 편안함이 내 몸을 감싸안았다.
우리 맘 어머님의 하루는 지금처럼 늘 여유로운 건 아니었다.
말동무가 없어 유난히 긴 하루도 있고, 일에 치여 쉬지도 못하고
달려온 하루도 있다.
각자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지만,
그날 일과를 마치고 마당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던 그 순간만큼은
어머님과 나의 시간이 하나로 맞춰진 듯했다.
무릎을 어루만지던 손길은 등을 토닥이고,
어깨를 주물러드렸으며, 주름진 손을 꼭 붙잡는 단단한 손이 되어있었다.
그 손끝에서 느껴지는 것은 수많은 세월이 담긴
삶의 무게이자 말없이 전해지는 깊은 사랑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운전대를 잡은 내 손에도
그 온기가 조용히 스며들었다.
햇살처럼 스며든 그 따뜻한 손길 덕분에,
삶이란 참으로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임을 깨달았던,
잊을 수 없는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