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80여 명의 어머님들.
그분들은 '환자'라는 단어로 설명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밭에서 하루 12시간을 일하며
아픈 남편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다리 한 번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누군가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하며
묵묵히 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그분들의 어깨와 허리,
무릎을 살펴드리면서
통증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건 외로움이었다.
그들은 버거웠을 삶의 무게를
견디면서도 조용히 따뜻한 미소를 지으셨다.
진짜 의사란 무엇일까.
그 질문을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어머님들을 치료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배운 것이 더 많았다.
사람을 돌본다는 건
단순히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한 번 잡은 손을 놓지 않는 일이라는 걸.
말보다 마음이 먼저 가야 한다는 걸 배웠다.
진료실에서보다 병원 밖에서
나는 조금씩 진짜 의사가 되어가고 있었다.